'조금 긴 끄적임-./백린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08.16 숙이(2)
  2. 2018.08.08 숙이(1)
  3. 2018.08.01 1999년

병원은 항상 숨통을 조이곤 했다. 턱턱 막혀오는 갑갑한 공기는 경찬을 괴롭게 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이건 익숙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질적인 존재, 경찬은 그곳을 빠져나온 이 후 항상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 왔다. 다른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평온함은 그를 더욱 긴장 상태로 몰아가는 것만 같았다. 빌어먹을, 경찬은 담당의를 바라보곤 중얼거렸다. 매끈한 뿔테 안경 속으로 자그마한 실눈이 마치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듯이 자신을 훑고 있음을 느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걸 간신히 참아내며 의자에 앉았다. 오수라 쓰여있는 명패에 반사되는 빛이 껄끄럽게 눈을 간질였다.

"오랜만이시네요, 김경찬 씨"

오수는 고개를 까딱이며 자리에 앉는 경찬을 바라보다 명패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경찬의 눈에 쏟아지던 빛이 조금은 분산되어 벽면을 밝혔다. 오수는 경찬을 바라보며 차트에 글씨를 적어 넣는 척했다. 상담이란 지루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환자와 담당의 간의 숨 막히는 눈치 싸움 끝에 원하는 결과만을 추출해내야 하는 것이다.

오수는 경찬을 살폈다. 유난히도 이 곳을 싫어하는 환자였기에 오수는 섣불리 말을 건네지 않았다. 신뢰, 환자에게서 신임을 얻어내는 방법은 쉽지 않았다. 오수는 차분히 기다렸다. 경찬은 답답한 듯 연신 목 주위를 손으로 매만졌다. 그곳에서의 기억은 잔향으로 남아 경찬을 괴롭히고 있었다. 오수는 경찬 외의 환자들을 더듬어 떠올렸다.

"물, 물 좀..."

경찬이 간신히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이 곳에만 오면 입안이 타들어가는 듯한 작열감이 덮쳐오곤 했다. 물을 마신다고 해도 이 통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항상 물을 찾았다. 오수는 준비되어 있던 물병을 경찬에게 건넸다. 경찬은 서둘러 뚜껑을 열어 물을 들이부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밖에 나가서 얘기할까요?"

오수의 말에 경찬은 서둘러 뒤따라 나섰다. 둘은 병원 밖의 공원 벤치에 걸터앉았다. 밖을 나서니 타는 듯한 고통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목의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쉽사리 사라질 수 없는 증상이다, 경찬은 아마 이 증상들이 평생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약은 떨어지셨을 테고, 상담은 오래만이고, 그렇죠?"

경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찬은 가방에 손을 넣어 캠코더를 매만졌다. 투박한 캠코더에서 느껴지는 거칠거칠한 손때가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같았다. 경찬은 오수를 바라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 필요합니다"

아주 작은 목소리, 오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들리지 않은 앞의 말보단 경찬이 무언갈 요구한 건 처음이었다. 인형과 같이 아무런 욕구 없이, 작은 감정이라도 속으로 숨기며 드러내지 않는 짐승처럼. 오수가 대답을 하지 않자 경찬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피해자들, 정보가 필요해요"

빌어먹을 그 기억 속으로 다가가기 위해선 자기 혼자론 안된다. 경찬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억누를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그때의 시간, 공간, 기억들이 무섭게 몸을 훑었다. 경찬은 눈을 가만히 감은채 캠코더를 매만졌다. 서늘한 기억과 고통들이 캠코더를 타고 손을 통해 감정을 억눌렀다.

지속되는 기억은 고통을 만들었다. 일상이 이어지지 않고 쉼 없이 균열이 커져가며 경찬을 갉아먹었다. 기억은 곰팡이처럼 스멀스멀 온몸을 덮었다. 눅진한 기억은 그대로 모든 기억에 들러붙어 끊임없는 고통을 퍼트렸다. 탁주와의 만남이 시발점은 아니었다. 짧은 고민이 아니었다. 마주치기 어려운 기억에 회피하고 있었을 뿐, 언젠가 맞닥트려야 할 문제란 걸 알고 있었다. 언젠가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손 끝의 악몽을 열어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안됩니다. 모든 환자 개인정보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

오수의 단호한 말에 경찬은 고개를 숙였다. 알 수 없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떤 모습인지. 살아는 있는지 나 외에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는 있는지. 인터넷엔 그들의 생활을 찾을 수 없었다. 꽤나 많은 사람이 나왔을 텐데도, 이상하리만치 그곳의 사람들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경찬의 실망한 표정에 오수는 손가락을 두들겼다. 우연이었다, 자신이 그 사람들을 받게 된 건. 우연히도 이 곳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고 또 우연히도 당직자가 자신이었을 뿐이다. 정체를 숨기고 찾아온 그들은 저마다 간절한 비밀을 요구하며 그를 찾았다. 그들은 정보였다. 그들이 겪은 내용은 가십거리에 미친 기자들에게 먹음직한 먹잇감이었다. 오수에게 정보는 돈이었다. 그들이 싸들고 온 그때의 모든 기억들은 돈이 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제 서서히 그들의 이야기도 끝을 보이고 있었다. 대중은 자극을 원했다. 자극이 커질수록 그들의 요구는 더욱 커져갔다. 이제는 이야기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웃기게도 경찬이 찾아왔다. 끌어안고 다니는 오래된 캠코더를 들고서. 이 얼마나 달콤한 먹이인가. 저 캠코더엔 분명 더 달콤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안 될까요?"

경찬의 물음에 오수가 자뭇 고민하는 척 턱을 쓰다듬었다. 너무 성급하지는 않을까. 이 제안은.

"좋습니다, 단 제안이 있습니다. 그걸 들어주신다면 한명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오수는 경찬의 가방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캠코더, 알려드리는 대신 그 캠코더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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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야! 하이고 숙이야!! 어디갔노 숙아!!!"

저 멀리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후드득 머리를 때리는 빗줄기를 뚫고 아주 선명히 어린 경찬의 귀를 파고들었다. 경찬은 무심코 고개를 돌려 산 밑을 바라보았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 저마다의 짐을 이고 진채로 거친 숨을 내쉬며 자신들의 뒤를 따라 긴 행렬을 만들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불빛이 점멸하는 마을은 마치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그들을 도망치게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경찬은 점점 다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진창이 되어버린 흙바닥이, 여기저기 힘줄마냥 불쑥 튀어나온 나무줄기들이 경찬의 다리를 옭아매고 있었다. 경찬은 눈을 굴려 소리를 지른 사람을 찾았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그 소리는 빗줄기와 섞여 근원지를 찾을 수 없게 하고 있었다.

"똑바로 따라오너라! 늦으면 못 들어간단다"

어머니의 호통에 경찬은 흠칫 어깨를 떨었다. 어머니는 초조한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 어디로 가는 걸까. 모든 것을 버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경찬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겼다. 맞잡은 손에 느껴지는 어머니의 떨림은 경찬의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놓았다. 빗방울과 축축이 베어 나오는 땀은 꽉 쥔 손을 미끌리게 만들었다. 경찬은 자신의 불안함이 늦었을 때 못 들어간다는 초조함 때문인 것인지, 오래 지내온 집을 떠나 알 수 없는 검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산은 그 큰 아가리를 벌리고 검은 어둠을 내뿜고 있었다. 수 없이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먹어치우고 먹어치우고 또 먹어치우고 있었다. 경찬은 자신이 그 어둠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게 썩 마뜩잖았다. 당장 언제라도 저 검은 어둠이 우리를 집어삼키고야 말 꺼야. 경찬의 손은 더욱 축축이 땀에 젖어갔다.

콰앙-

밝은 빛을 내뿜으며 번개가 내리친다. 사람들이 개미 흩어지듯 흩어진다. 경찬은 귀를 막고 땅에 주저앉았다. 먹먹한 귓속으로 삐-하는 이명이 머리를 괴롭힌다.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친다. 그제야 경찬은 눈을 들어 어머니를 찾았다. 어느새 경찬은 망령처럼 홀로 서 있었다. 어머니를 찾아 소리를 질러보아도 내리치는 빗소리에 사라져 버린다. 목소리가 쉬어가라 소리를 질러대지만 어디서도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다.






"씨발..."

경찬은 눈을 뜨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 악몽과도 같은 기억은 언제 어느 때고 눈만 감으면 자신을 괴롭히곤 했다. 이상하리만치 선명한 기억들이 눈 앞을 떠돌았다. 그들이 산을 오르던 행동과 눈빛이 잊히질 않았다. 종교는 사람들을 병들게 했다. 총기를 앗아가고 허무한 희망만을 찾아 걸음을 옮기게 만들었다. 경찬의 기억 속 그들은 광기에 어린 미친 사람들이었다. 종교에 빠져 다른 것들은 볼 수 없게 되어버린. 경찬은 그때의 기억을 잊혀내려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무언가, 울타리가 되어버린 그 생각들은 경찬을 끊임없이 그 기억 속으로 밀어 넣었다. 미친 사람들의 틈으로, 종교의 노예가 되어버린 미친 사람들의 틈으로.

경찬은 애써 기억을 밀어내며 샤워기를 틀었다. 차가운 물줄기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기억을 악몽을 지워낸다. 머리칼을 타고 피부를 경직시키며 차가운 물방울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경찬은 기억들도 물방울과 함께 씻쳐내려 가기를 바랐다. 헛된 희망, 경찬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샤워기를 끄고 몸을 닦았다. 옷을 대충 걸쳐 입고 거실에 놓인 캠코더를 집어 들었다. 경찬이 그곳을 빠져나올 때 우연히 가지게 된 캠코더, 차마 영상을 볼 용기가 없어 아직 한 번도 켜보지 못 한 그 캠코더. 경찬은 습관처럼 캠코더의 버튼들을 쓰다듬었다. 세월의 오랜 흔적이 서린 캠코더는 마치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진 것처럼 경찬을 유혹했다. 기억 속 고통을 이끌어내듯 언젠가 이 영상을 보게 되고 말 것이다. 경찬은 고개를 흔들고 가방에 캠코더를 넣고 집을 나섰다.

경찬은 알고 있었다. 탁주는 언젠가 자신을 기억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말 것이란 걸. 마치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기억들이 피리소리와 함께 풀려나 자신의 목을 물고 말 것이라는 걸. 기억에 잡아먹힌 탁주처럼 술이 아니면 정신을 잃고 자신을 잃고 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또 끝 모를 불안함이 엄습했다. 빌어먹을 1999년, 뱀의 독처럼 언젠가 자신을 중독시키고 죽이고 말리라. 빌어먹을 1999년.

경찬은 가방 속 캠코더를 만지작 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숙이, 빌어먹을. 그곳을 잊어버려도 숙이는 잊어버릴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 작고 동그란 눈망울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경찬은 빌어먹을 이라는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긴다. 벌써 몇 년째 방문하지 않았던 정신병원, 기억을 헤집어놓고 분해하며 다시 조립하여 더욱 큰 고통을 주는 빌어먹을 그곳. 의사들이 하는 것이라곤 머릿속을 헤집어 실험하는 그 짓거리들에 경찬은 강한 불쾌감을 느끼곤 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상황에 갈 수 있는 곳이 그곳뿐이란 것이 경찬의 발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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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018. 8. 1. 12:46 from 조금 긴 끄적임-./백린교
"뭐요?"
경찬은 퉁명스레 대답하며 몸을 돌려 탁주를 쳐다보았다. 항상 막걸리를 한 손에 든 채 술냄새를 풍기고 다니는 그를, 사람들은 막걸리에 빗대어 탁주라고 불렀다. 경찬은 그가 싫었다, 그의 행동 그가 하는 말들 하나하나가 기억 속 고통을 헤집어 놓았다. 경찬은 대답과 동시에 탁주에게 반응한 걸 후회하고 말았다. 그의 풀린 눈이 경찬을 노려보는 것만 같았다. 탁주는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팔뚝으로 훔치며 입을 열었다.
" 잘~ 샐각해보라카이... 좀 이상치 않나?"
"그니까 뭐가요?"
"한순간이다, 한날! 그 한 날에 어찌 다 사라질 수가 있냔 말이다"
탁주는 손에 들고 있던 막걸리병을 땅에 내던졌다. 벌겋게 충혈된 눈이 경찬을 노려본다. 숨을 거칠게 내쉬고는 경찬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백린교말이다...뱅닌교"
지독한 술냄새가 경찬의 얼굴에 뿜어졌다. 그리고 함께 뱉어진 그 단어에 경찬은 얼굴을 굳혔다.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줄 알고 있음에도 기어코 듣고야 마는 가학적인 행동임에도 이유를 알 수 없이 항상 그래 왔다. 탁주가 무언가 더 말하려 입을 움찔거리자 경찬이 탁주의 어깨를 밀쳐버렸다. 너무도 맥없이 뒤로 나뒹굴어진 탁주는 비틀비틀 땅을 짚고 일어나려 애썼다. 여기저기 페인트와 쎄멘자국이 묻어있는 허름한 옷 위로 먼지가 뒤집어쓰였다.
"시뱅알~노므 자슥... 개 후라질새끼... 없어진기다... 다~~~ 사라진기다. 뱅닌굔지 무시깽인지 다~~미치가꼬 사라진기다."
탁주는 몸을 일으켜 세워 벽에 기대었다. 참 빌어먹을 타이밍, 때마침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빗물이 떨어진다. 탁주는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표정으로 경찬을 바라봤다. 비를 맞아 술이 깬 것인지, 잠깐이나마 온전한 정신이 들어온 것인지. 탁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느 때 같은 잔뜩 술에 취한 꼬부랑 말투는 느껴지지 않았다.
"경찬이 임마야...우리 숙이 좀 찾아주그라... 우리 숙이... 넌 다 봤담서...응?"
경찬은 입술을 깨물었다. 벌써 몇 년 전 얘기지. 빌어먹을 1999년. 경찬은 우산꽂이에 있던 우산을 하나 꺼내 들고는 탁주에게 다가가 건네었다. 하지만 탁주는 경찬이 건네어주는 우산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떨어지는 비만 맞고 있었다. 얼굴에 세차게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방울이 기억에 파문을 일으킨다. 물결치는 기억이 다시금 심장을 옥죄어온다. 지하 깊숙이 묻어둔 줄만 알았던 기억이 다시금 머리를 뒤흔든다.
"그만하고 들어가요, 기억 안 나니까"
"거짓부렁이다, 거짓부렁 하지 마라 개자슥아! 니만 나왔다! 니만 그기 끌려가서, 니만 여 왔다! 니만! 니만!!!"
탁주가 몸을 일으켜 경찬의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탁주는 마치 피를 토해내는 것처럼 경찬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붉게 충혈된 눈에서 피를 뿜을 것처럼 경찬을 노려보던 그는 경찬의 기괴하게 일그러진 표정에 손을 놓았다. 탁주도 알고 있었다, 경찬이 여기 있는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단 걸. 그저 우연과 우연이 겹쳐 여기 동떨어져 혼자 남겨진 것이란 걸. 그렇다면 이 찢어질 듯한 고통은 어디에 풀어야 하는 것이란 말인가. 탁주는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제발, 제발... 경찬아... 숙이, 우리 숙이..."
빗방울이 얼굴을 때려댔음에도 경찬은 탁주가 울고 있단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내리는 비보다 그의 눈물이 더욱 짙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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