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달'에 해당되는 글 30건

  1. 2018.06.07 그리움.
  2. 2018.06.07 악몽.
  3. 2018.06.07 의미.
  4. 2018.06.07 시행착오.
  5. 2018.06.07 죄인.
  6. 2018.06.07 전망대.
  7. 2018.06.07 멈춤.
  8. 2018.06.07 비극.
  9. 2018.06.07 비밀.
  10. 2018.06.07 좁은 방.

잠에서 깨니 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추적거리는 빗소리, 눈물을 닦는다. 축축해진 배게를 옆으로 밀치고,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본다. 천장에 새겨진 무늬가 기하학적으로 꿈틀꿈틀 내 머리 위를 어지럽힌다. 몇 달을 생각나지 않던 너였는데 오늘 왜 꿈에서 나타났을까. 잠시 고민해봤자 머리만 아프다. 잊었던 기억들이 걷잡을 수 없이 분출된다. 너의 미소, 얼굴. 그리고 너의 몸에서 나던 향기까지. 베이비로션을 바르던 너의 목덜미에서 나던 그 향기. 코 끝을 간지럽히던 그 향기. 천장의 무늬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너의 얼굴로 변한다. 언제나 털털하게 웃던 네가 웃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기분이 더럽다.

아닌가?

끔찍하다. 착잡한 마음을 뒤덮는 지금의 감정은, 추악했다. 끔찍한 감정은 내 몸속 곳곳으로, 혈관을 모두 검게 물들였다. 머릿속에 웅웅- 보고 싶다. 단 한마디가 말이 되어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아무도 없는 방이지마는, 난 내가 뱉은 말의 소리에 놀래 움찔거렸다. 적막한 방안에 퍼진 그 소리는 생각보다 너무나 컸다. 마치 귀에 대고 소리친 것 마냥 이리저리 메아리쳐 더욱 증폭되어가는 것 같았다. 감정이 더 격해졌다. 말하지 말걸.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말걸. 괜스레 아까의 일을 후회한다. 몇 달 만에 생각난 니 얼굴에 이렇게 괴로워하고 슬퍼할 수 있을까. 그땐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왜 지금 이렇게 힘들까.

왜 지금 이렇게 네가 보고 싶은지. 알 수 없다.

그때 너를 붙잡을걸. 떠나가는 너에게 가지 말라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해볼걸. 그때는 아무 말 못 하여놓고서. 그때는 무덤덤하게 넘겼던 모든 일들이 왜 지금에서야 이렇게 힘들까. 무덤덤하게 받아놓고는. 무덤덤하게. 눈물이 또 흐른다. 아무렇게나 눈물을 훔치고 몸을 일으킨다. 빗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잔뜩 잠긴 목을 헛기침을 해 풀곤 창가에 기댄다. 빗방울이 땅에 고인다. 물결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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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0) 2018.06.07
Posted by Ralgo :

아-졸리다. 멍해지는 눈을 부릅뜨려 노력하며 책상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쓰디쓴 블랙커피가 순간 정신을 일깨운다. 52시간 37분 22초. 현재까지 제대로 잠들지 못한 채 깨어있는 시간. 째깍째깍 흐르는 시계 소리. 멍해지는 머리.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 나는 뺨을 때리며 정신을 일깨웠다. 52시간 37분 57, 아니 58초.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 밖을 바라보니 새벽이 끝나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조금씩 머리를 밀어 올리는 햇빛. 순간 건물들 뒤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난다. 방안으로 햇빛이 쏟아 들어져 오고, 다시 졸음이 밀려든다. 미칠 것만 같다. 잠이 들면 다시금 찾아올 그 악몽 때문에.

내가 그 꿈을 꾸기 시작한 건 불과 며칠 전.

시골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였다. 졸음운전-. 그 얼마나 위험한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비비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꿈은 시작됐다. 저 멀리서 보이는 여인-. 꽤나 좋은 몸매, 하지만 힘이 없이 걷는 몸. 나는 그 여인을 관찰하면서도 계속 졸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내 차 위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붉은 눈, 깨어진 머리, 튕겨져 올라가는 몸. 쿠웅-하고 울리는 차의 흔들림. 손 끝에서 느껴지는 떨림.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 소름이 돋는다. 잠이 달아난다. 나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앞을 살폈다.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인이 튕겨져 나가며 흘렸을 핏방울도 없다. 온몸이 떨린다. 눈을 천천히 들어 백미러를 바라본다. 다행일까-. 아무것도 없다. 숨을 훅 내쉰다. 문을 확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간다. 다행이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없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체를 살폈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꿈이다-. 그래 꿈이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차를 몰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친 몸을 눕히고, 꿈은 계속 이어졌다.
쓰러진 여인이 수풀 속에서 몸을 일으킨다. 깨어진 머리에서 뇌수가 흐르고,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튀어나온 왼쪽 눈이 흔들-움직여 주위를 살핀다. 여인은 튀어나온 눈알을 어루만지듯 쓰다듬어 제자리로 넣으려 애쓴다. 하지만 흘러내리는 뇌수에 섞여 다시금 흘러내려 흔들-. 시곗바늘이 흔들리는 것만 같다. 허리가 잔뜩 뒤틀린 몸으로 부수어진 다리를 질질 끌며 수풀을 헤치며 걷는다. 무언가를 찾듯이 계속 눈을 움직인다. 흔들거린다. 꺾이어진 무릎에서 빠각-빠각-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녀가 수풀 속에서 뛰쳐나오며 나는 잠에서 깬다.

이때가지의 시간, 처음 꿈을 꾼 뒤로 9시간 20분째. 식은땀으로 서늘해진 몸뚱이, 나는 어제의 꿈이 너무 생생해서겠지-라는 생각으로 넘겼다. 11시간째. 회사에 출근-. 일을 한다.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하고 어제 겪었던 꿈을 얘기한다. 사람들은 피식-웃어넘긴다. 보약이라도 해 먹으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친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은 거북한 느낌이다. 15시간째. 점심을 먹는다. 입안이 꺼끌꺼끌하다. 먹는 건지 마는 건지, 깨작거리다 먹는 걸 마친다. 회사로 올라와 피곤에 지친 눈을 잠깐 감는다. 15시간 30분째.

그녀가 수풀 옆, 도로를 걷는다. 찌익-찌익- 하는 생살 끌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스팔트 위로 붉은 길이 새겨진다. 찌익-찌익- 그녀가 다가온다.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땅에 쓰러진다.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매달려 있던 눈알 하나가 터져나간다. 그녀는 괴로운 듯 소리를 지른다. 소름 끼치는 소리. 끄아악-하는 그 괴로운 소리가 머리를 울린다. 그녀가 시신경만 매달린 눈을 흔들며 다시 일어선다. 다시 걸어온다.

다시 나는 잠을 깬다.

16시간째. 식은땀을 비 오듯이 흘렸다. 너무나도 생생한 울음-. 고통에 찬 목소리. 나는 회사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에서 맥주 하나를 꺼내어 들이킨다. 시발. 뭐야 도대체. 잠자기가 두렵다. 나는 책상 의자에 걸터앉아 남은 맥주를 다 들이켰다. 현재시간 그 일로부터 22시간 18분째. 그녀가 계속 다가온다. 잔뜩 부서진 몸을 이끌고. 하지만 꿈이잖아? 그래 꿈이었어. 내 차엔 아무런 이상도 없었고, 그 씨발년의 몸뚱이도 없었어. 꿈이야. 내가 그때 일에 정신이 홀린 거야. 하아-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어 불을 붙인다. 하얀 연기가 방안을 퍼진다.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23시간째. 두려움을 안고 다시 잠에 든다.

그녀는 어느새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얼굴을 찌푸린다. 하지만 그다지 제재할 생각은 없는 듯 그저 물러서기 바쁘다. 그녀는 꽤나 먼 거리를 걸어왔는지 부수어졌던 오른 다리의 발목 부분은 사라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붉은색을 물든 뼈와, 그 위에 잔뜩 찢기어진 가죽만이 땅을 끌고 있었다. 까자작-까자작-하는 뼈 긁히는 소리가 괴상하게 들린다. 아픈 다리가 신경 쓰이는지 그녀는 절뚝거리면서도 계속 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괴성에 가깝기도-. 혹은 말일지도.

"여... 릴꺼... 버...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괴성에 잠에서 깬다. 하아-하아-. 문뜩 바라본 시계. 그 일로부터 32시간째. 잠을 자기가 두렵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꿈. 그녀는 어느새 도시로 들어섰다. 나는 잠을 잘 수 없다. 나는 회사에 전화를 하고는, 동네 슈퍼로 가서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잔뜩 사 온다. 그때부터 그 꿈으로부터 도망친 시간.

53시간 20분째.

까자작-까자작-

밖에서 꿈에서 들었던 그 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까자작-까자작- 쿠우 우 우웅-쿠우 우웅-

문이 흔들리다. 끄아아악-하는 괴성도 들려온다. 다시금 쿠우웅-쿠우웅-.

까자작-까자작-.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문에 가까이 다가간다.

까자작-쿠우 우웅-

그리고 꿈에서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까자작-까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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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어떤 의미에선 역병과도 같은 존재였다. 사람들의 마음을 좀먹는 존재. 어느 순간 보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질병. 단지 몇 명만이 벗어날 수 있는 그런 질병. 모두들 죽어간다. 마음이- 생각은 어느새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역병이었다 아니, 역병을 옮기는 들쥐. 그것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중독되어 죽어가고 있다. 뜻도 모를 말을 하며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저희를 구원하소서, 저희를 굽어살피소서!' 빌어먹을! 지랄 맞은 신! 지랄 맞은 신도들! 빌어먹을 신앙, 역병!

도망쳐야 한다! 여기서! 이 빌어먹을 사이비 집단 틈에서- 나도 광기에 물들어버리기 전에.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은 미쳐가고 있다. 물들어가고 있다! 이 지랄 맞은 들쥐들 틈에서 달아나야 했다! 끝나지 않는 믿음, 지랄 맞은 믿음, 타협이란 모르는 빌어먹을 들쥐들의 역병을 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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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되기 위한 수 없이 많은 시도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정답을 얻는다. 그것은 수많은 실패와 허무 끝에 얻어낸 아주 작은 성취감,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 그런 성취감.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언제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그들의 가르침은 벼랑 끝 줄타기처럼 한발 한발이 위태롭게 만들었다. 실수하면 떨어져 내릴지도 몰라, 한순간 저 나락으로, 난 실패하고 말 거야. 팽팽한 줄타기 위에 그들은 내 머리 위로 그득그득 짐을 지운다. 마치 언젠가 내가 떨어져 내릴 것을 더욱 가속화하려는 것처럼. 혹시라도 발을 헛디뎌 떨어질 때엔 그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며 다들 나를 비웃겠지. 박장대소하며 나의 실패를 아주 즐거운 연극인 것처럼 바라볼 것이다. 난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줄타기에 간혹 떨어질 것처럼 매달려가며, 아주 비굴하게 그들의 관심을 얻어가며 그들의 말 잘 듣는 개처럼.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그들의 관심이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게. 그리고 그들이 겉으로 내뱉지 않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수정해 나간다. 언젠간 결국 떨어져 버릴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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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죄인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무릎을 꿇었다. 사실 우리들로써는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에게 사죄를 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최근 들어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는 들었으나, 그의 눈에는 어떠한 진정성도 담겨 있었기에 우리는 그를 말릴 수 조차 없었다. 그는 자신을 일으키려는 비서의 행동을 저지하고는 머리를 숙였다. 백발의 노인이 우리에게 사죄를 할 일이라 무엇이 있을까. 심지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유명항 독립운동가이며 독립운동 역사관이라는 박물관을 만든 사람이. 그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우리의 얼굴을 살피고, 주변의 전시품들을 살폈다. 마치 그의 남은 인생 동안 모든 기억을 끄집어내는 모습 같았다. 이윽고 그의 메마른 입술에서 거친 음성이 터져 나왔다. 약간은 흐느끼듯 또는 부끄러운 그런 목소리로.

"저는 당신들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분들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또 우리 민족을 팔아먹은 죄인입니다"

이윽고 이어진 그의 말은 우리를 침묵에 휩싸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저는 독립운동가가 아닙니다. 저의 이름은... 그러니까 저는 김성복이라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전중철, 우리 민족을 고문하고 짓밟고 팔아넘긴 사람입니다."

김성복, 아니 전중철은 고개 숙여 흐느끼며 말을 함에도, 그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그 자신의 진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어떠한 맹세라도 한 듯 아직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우리의 얼굴을 표정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는 눈에서 흐르던 눈물을 닦아내고 입을 열었다.

"저의 이야기를, 아니 본래 김성복이었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합니다. 김성복은 본래의 독립운동가인 김성복으로, 전중철, 아니 다나카 테츠는 본래의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의 모습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전중철은 잠시간 숨을 고르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김성복을 만난 건 제가 순사부장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저는 상부로부터 독립운동가들의 모임에 합류할 것을 명령받았습니다. 그 당시의 김성복은 조선총독부를 폭파할 계획을 가진 무력단체의 단장으로 있었습니다."

전중철의 눈이 전시품들을 향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내는 듯 입술을 꽉 물었다. 그는 마치 하나라도 놓치어 설명하면 안 되는 의무라도 쥔 것처럼 굴었다.

"저는 몇 번의 협력과 그들과의 공조로 그들의 환심을 살 수 있었습니다. 김성복은 언제든지 당장 폭탄을 들고 뛰쳐나갈 기세였습니다. 다른 독립 무력단체의 단장들과는 다르게 그는 항상 최전선에 있길 바랬습니다. 단원들과 한 몸, 한날 한뜻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고 죽기를 바라 왔지요. 거사 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는 저를 포함한 단원 3명과 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말을 멈추었다. 전시품들을 향했던 눈이 다시금 땅을 향했다.

"전 그들을 팔아넘겼습니다. 그들로써는 그때의 상황에서도 조선총독부로 향하는 걸음을 옮기려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을 잡아넣을 수 있었습니다. 총을 맞으며 수많은 사람에게 휩싸여 몰매를 맞으며 그들은 허망하게 조선총독부의 근처도 가지 못한 채 끌려가야 했습니다... 김성복은 모진 고문을 견뎌야 했습니다. 손톱과 발톱이 뽑히고, 생 이빨이 뽑히는 건 아주 작은 고통에 불과했습니다. 몇 달이 지나고 그와 함께 끌려온 단원들이 모두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건장했단 김성복도 한없이 야위어 독방의 벽 구석에 기대어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하려 애쓰는 듯했다. 나를 비롯한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저를 부르더군요. '전중철 동지 나와 내기 하나 하지 않겠냐'며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그는 그러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저를 동지라 부르기에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그는 제가 그 동지라는 말에 멈출 것을 확신한 것만 같았습니다. 그의 내기란 제가 그에게 고문을 하며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만약에 조선이 독립하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독립운동가와 그들의 자손들을 위해 일해 달라는 것이었지요. 그는 독립은 결단코 될 것이며, 독립운동가와 그와 같은 무력단체의 후손들은 경원시당할 것을 확신했습니다. 여측이심이 될 것을 알았던 셈이지요. 그때의 저는 독립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만, 김성복은 확신에 찬 말투였습니다. 그리고는 독립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구천에 떠도는 귀신이 되어 절 저주할 일은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며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곤 자신은 가족도 다 죽었으며, 자신을 아는 단원들도 여기서 숨을 거뒀으니, 원한다면 이 이후에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김성복 자신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내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자면 그는 아마 자신이 죽을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그 일 이후로 며칠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습니다'

전중철은 거기까지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참을 무릎 꿇고 있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웃기게도 그렇게도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독립은 왔습니다. 그리고 기억 속에 잊고 지내던 그가 한 말이 마치 메아리처럼, 눈덩이처럼 머리 속에서 점점 몸집을 불렸습니다. 웃기게도 전 그가 일방적으로 정한 내기에 응하고 말았던 거지요. 전 김성복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그건 그가 남기고 간 작은 복수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죽음에서도 초연한 그가 바라는 것은 독립이었으며, 그의 후손들을 위한 죽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복수의 작은 불꽃은 저를, 전중철을, 다나카 테츠를 욕하고 때리고 불태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요. 그들을 붙잡아 고문하고 팔아넘겨 번 돈으로 그들의 후손을 돕는 셈이었으니까요"

그는 그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여기 이렇게 여러분께 지금에 와서야, 아주 뒤늦은 지금에 와서야 말하는 저를 용서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전중철은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를 비롯한 그가 후원한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은, 그를 비난할 수도, 그렇다고 비난하지도 못하는 이 상황을 황망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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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우리 집 앞에는 붉은 전망대가 있습니다. 사실 굳이 따지자면 전망대라고 하기에도 조금 민망한 그런 것입니다만. 그 붉은 전망대는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폐건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밤바다의 길을 비추는 등대 였다고도 합니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 더 이상 밤바다를 비출 필요가 없어진 등대는 밤바다에 빛나는 전망대가 되었습니다.

전 이 전망대에 아주 몰래 오르곤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이 전망대를 싫어하셨습니다. 저 붉은 전망대를 보고 있노라면, 밤바다에 멀뚱히 서서 노란빛을 발하는 저 붉은 전망대를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는 저 바다에 가라앉은 영혼들이 모여드는 것만 같다고 했습니다. 밤바다에 죽은 영혼들이 붉은 원한을 가지고 영혼을 불태운다고 말이지요.

그렇게 따지자면 전 참 말을 안 듣는 아이였습니다. 전 시시때때로 이 전망대에 올라 밤바다에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검기만 한 바다 위에 전망대에서 떨어져 내리는 빛이 조금 비추는 그 순간이 좋았습니다. 저 멀리서 통통배가 어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 배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안정감마저 느끼곤 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이 밤바다가 주는 선물 같은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밤바다에 마음을 뺏긴 채 돌아온 뒤에는 항상 어머니께 혼이 났습니다. 어떻게 아셨는지는 몰라도. 그 후로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어머니가 그 전망대를 싫어하시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등대, 밤바다에 가라앉힌 등대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아직도 저 붉은 전망대에 오릅니다. 마치 밤바다에 영혼을 뺏긴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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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멈춤, 정지, 그만. 사실 우리네의 인생이란 어떠한 일을 중지하는 일의 연속일 것이다. 모든 행위에 있어서 중단하고 포기해가는 과정 속에 다른 어떠한 행위로 떠밀리듯 밀려나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따지고 본다면 우리네의 자유의지란 어찌나 빈약한지 알 수 있다. 나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닌 포기해 가는 과정, 양손에 과자를 들고 다른 것을 더 받을 수 없을 때, 아이의 선택이란 어떠한 것의 포기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일 거다. 굳이 따지자면 진화의 과정도 포기가 아니던가. 살아남기 위해, 종족의 번식을 위해, 포기해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와도 같을 것이다.

일어설 수 없는 새끼를 버리고 가는 초원의 말처럼, 사냥을 하지 못하는 늙어버린 사자가 버려지는 것처럼, 나무 둥지의 새끼들을 밀어 떨어트리는 저 새들처럼. 모든 것은 포기와 같았다. 우리네의 인생사에 저들의 생사를 대입해보자면 포기란 멈추는 것과 같았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 우리네의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길 멈추면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게. 대학도, 취직도, 하다못해 결혼과 아이와, 그리고 삶에서 있어서까지. 그것은 중지하는 일의 연속일 것이고 종래에는 결국 삶도 멈추는 것과 동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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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  (0)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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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마 악하게 태어날 것이라 믿는다. 누군가의 괴로움, 혹은 슬픔. 고통과 불행을 주제로 한 비극이란 극의 장르를 봐도 그렇다. 누군가가 괴로워하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그것은 아마 인간이 악하게 태어난 증거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이 사람답게(여기서 사람답게란 흔히 선한, 도덕과 규범을 잘 지키는 따위다) 살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 또한 비극의 범주에서 자신은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교육과 법으로 누군가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는 걸 최소화하기 위한 일 따위가 아닐까. 자신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알기에 자신이 당하는 게 싫은. 그렇다면 사람운 태어남 자체로 악한가? 악하게 태어났으니 그들은 갱생의 여지가 없나? 그렇다면 성인은 왜 만들어지는 것이고 왜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인가.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아까 말했던 비극이란 장르에 기대어 다시 한번 설명할 수 있다. 성인, 그들은 그들의 비극에 심취한 사람들이다. 난 단연코 그렇게 믿고 있다. 자신을 비극으로 조금씩 차근차근 몰아넣음으로써 그들은 거기서 느껴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카타르시스로 보상받는 것이다. 그건 마치 어떠한 중독과도 같은 것이다. 그들의 마음에 깊이 자리 잡은 비극, 자신의 희생에 대한 카타르시스. 그것에 중독되어버린 자들의 행위라는 것이다.

나비의 날개를 찢고 개미의 몸에 불을 붙이는 아이의 순수함이란, 그저 남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자신은 그 비극의 뒤에 숨어서 웃을 수 있은 그런 악함이 아닐까. 사실 비극을 즐기는 모든 이가, 세상의 모든 비극이 아이의 순수함과 같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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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짧은 머리의 소년과 갈색 빛 긴 머리의 소녀, 둘은 오늘도 서로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는 서로 무언가 확인하듯이 고개를 흔들어 상대방을 안심시켰다. 그 둘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다른 누구도- 세상의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비밀. 단지 둘만 알고 있는 비밀. 그 둘은 서로의 비밀이 다른 누군가에게 들키지는 않았을까 매일 노심초사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그 걱정만 하면서 살 정도로. 그 비밀이 지속되는 오랜 시간 동안 소년과 소녀는 어느샌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의심은 아주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커져나갔고, 결국에는 서로의 모든 행동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둘의 아침인사는 그러한 서로를 의심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아침인사. 의심이라는 인사.

그중에서도 소년의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사실 소년은 비밀이 지켜지는가에 대한 여부보단, 소녀가 그 비밀을 누설하고 말 거라는 공포가 더 컸다. 언젠가 그 비밀이 밝히어지고 소녀는 양심이 있는 사람으로, 자신은 양심도 없는 그러한 사람으로 남을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소년은 소녀를 의심했다. 미행했다. 항상 뒤에서 바라보았다. 머리에 모든 것은 그 소녀에 대한 것으로 가득 찼다. 다른 누군가가 보기엔 소년이 소녀를 사랑하는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은 항상 전전긍긍,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초조할 때마다 물어뜯은 손톱은 울퉁불퉁 날카로워졌다. 이렇게 며칠-몇 달, 몇 년이 흐른 뒤의 소년의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 의심은 구름처럼 크고 방대하며, 조각조각 흩어지어 더욱 크게 몸을 불리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에서는 소년과 소녀는 서로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모르는 사람인척, 서로를 보아도 이미 인연을 끊은 것처럼. 하지만 서로의 모든 신경은 서로에게 이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소녀가 친구들과 얼굴을 찌푸리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소녀의 찡그린 얼굴이 왜 이리도 불안해 보였을까. 소년은 치밀어 오르는 불안감에 손을 떨었다. 입을 막아야 해. 다른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게. 내 비밀이 탄로 나지 않게. 입을 막아야 해. 어떻게 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입을 막을 수 있을까? 내 비밀은 밝혀지면 안 돼. 밤이 깊어갈 동안 고민을 거듭한 소년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물어뜯은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소년은 결국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죽여버리자. 죽이자. 죽여서 입을 막자. 죽으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거야. 내 비밀을. 죽이는 거다. 입을 열 수 없게.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소년은 다짐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엌으로 들어가 식칼 하나를 손에 쥐고 소녀의 집으로 향한다. 어두운 밤길- 가로등마저 빛을 흐리며 점멸하고. 거리의 불빛들이 하나씩 꺼져간다. 소년은 언제가 느끼었던 이 두근거림-, 긴장감. 그리고 불안감에 기분이 고조되었다. 왜일까. 불안한 걸까. 아니면-

소년은 소녀의 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릴 적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때도 이렇게-. 마치 오버랩되듯이 그때의 기억이 눈앞에 덧씌워진다. 놀라우리만치 일치하는 그때의 모습, 그리고 느껴지는 감정. 소년은 빠른 속도로 소녀의 방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갑작스레 들어선 소년의 모습에 소녀는 얼굴을 굳히고 노려본다. 하지만 서로 말은 없다. 그저 둘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노려본다.

소년이 한 발자국 다가선다. 끼익-하는 마룻바닥 소리가 비명을 지른다.

소녀는 고개를 흔든다. 스슥-하는 이불 쓸리는 소리가 음산하게 퍼진다.

소년은 손을 높이 치켜든다. 검은 방안에 밝은 식칼 하나. 소년의 붉은 눈이 소녀를 노려본다. 소녀도 알고 있다. '예전에 자신의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 또한-. 소녀의 몸이 창틀에 걸쳐진다. 커튼이 바람에 휘날리며 소년의 몸을 가렸다 사라진다-. 소년의 손이 내리쳐지고 소녀의 가슴에 식칼이 박힌다. 소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감기지 않는 눈으로 소년을 노려본다. 입술이 살짝 끌려 올라가고 창틀에 걸쳤던 몸이 천천히 뒤로 꺾여 떨어진다. 쿵-하는 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그제야 소년은 안심했다. 창 밖에 팔다리가 기괴하게 꺾인 소녀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자신만 조심하면 비밀은 평생 지켜지는 것이다. 나만 조심하면...

소년은 문뜩 떠오른 생각에 머리를 흔들었다. 난 말하지 않아-. 죽을 때까지 숨길 수 있어. 이 비밀은 나만의 것. 다른 누군가에게도 들키지 않아. 소년은 그렇게 고개를 흔들다 거울을 바라보며 움직임을 멈춘다. 거울 속의 자신이 피 묻은 손으로 자신을 노려본다. 웃고 있나? 울고 있나? 아니- 두려워하고 있다. 소년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질친다. 소년은 창밖을 바라보고, 입을 다물어버린 소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죽이자. 죽여버리자. 소년은 창틀에 올라선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스친다. 죽어서 비밀을 지키자. 몸을 가볍게 날리고-

쿠웅-

온갖 고통이 몸을 휘젓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붉게 변해버린 시야 밖으로 죽어버린 소녀의 모습이 보이고. 그제야 소년은 안심했다. 나의 비밀은 이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다.

비밀은 지켜졌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소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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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팔과 발을 뻗기도 전에 꽉 차는 방, 그 방이 내가 있을 장소다. 빛 한점 들지 않은 어둠 속에서, 난 내 몸을 옥죄는 이 방안에서야 평안을 느낀다. 나를 움직이는 충동으로부터. 바스락 거리는 작은 소리, 밖에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 어디선가 스치듯이 들려오는 말소리. 그것들은 나에게 있어 모든 욕구의 방아쇠가 되곤 했다. 그 욕구들은 작은 방아쇠의 움직임으로도 발사되어 거침없이 질주하곤 했다.

그래, 나 같은 사람에겐 이런 방이라야 적합하다. 이 좁은 방이라야, 나 혼자인 이 좁은 방이라야 적합하다. 나를 모든 욕구로부터 억압하고, 빛조차 들어오지 않아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 방이라야 적합하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아니 나와 같은 짐승들에게는 이런 방이라야 적합하다.

작은 말소리에도 치밀어 오르는 이 욕구를 발산할 수 없음에, 난 마음속 깊이 안정을 느낀다. 내가 날 말릴 수 없기에, 내 폭주를 억누를 수 없기에 국가의 개입에 감사한다! 이 얼마나 완벽한 제재인가. 누군가를 범할 일도, 누군가를 죽일 일도,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할 일도 없는 이 곳. 나에겐, 나와 같은 쓰레기에겐, 이 좁디좁은 독방이라야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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