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과 발을 뻗기도 전에 꽉 차는 방, 그 방이 내가 있을 장소다. 빛 한점 들지 않은 어둠 속에서, 난 내 몸을 옥죄는 이 방안에서야 평안을 느낀다. 나를 움직이는 충동으로부터. 바스락 거리는 작은 소리, 밖에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 어디선가 스치듯이 들려오는 말소리. 그것들은 나에게 있어 모든 욕구의 방아쇠가 되곤 했다. 그 욕구들은 작은 방아쇠의 움직임으로도 발사되어 거침없이 질주하곤 했다.

그래, 나 같은 사람에겐 이런 방이라야 적합하다. 이 좁은 방이라야, 나 혼자인 이 좁은 방이라야 적합하다. 나를 모든 욕구로부터 억압하고, 빛조차 들어오지 않아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 방이라야 적합하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아니 나와 같은 짐승들에게는 이런 방이라야 적합하다.

작은 말소리에도 치밀어 오르는 이 욕구를 발산할 수 없음에, 난 마음속 깊이 안정을 느낀다. 내가 날 말릴 수 없기에, 내 폭주를 억누를 수 없기에 국가의 개입에 감사한다! 이 얼마나 완벽한 제재인가. 누군가를 범할 일도, 누군가를 죽일 일도,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할 일도 없는 이 곳. 나에겐, 나와 같은 쓰레기에겐, 이 좁디좁은 독방이라야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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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