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찬란한 눈이 부신 세상- 눈이 부시다 못해 아프기까지 한 화려한 색상들. 그 속에 걸어가는 사람들,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머리. 똑같은 행동을 하며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특이하지만 그 누구도 특이하지 않다. 평범하지만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다. 세상은 똑같이-. 하나같이 똑같은 얼굴과 모습들로 세상을 얘기하며 이렇게 말한다.

'아- 이 세상은 너무나도 평등해. 아름다운 세상이야'

지랄하지 마! 거짓말하지 마!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며 똑같은 말을 내뱉는 듯 하지만,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 내가 누구인지, 남이 누구인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죽어도 나와 같은 사람은 내 바로 옆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 사람이 죽어도 또 똑같은 사람이 그 옆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나임으로써 존재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나라는 존재의 존귀함은 만인이 똑같음에 하나의 평범한 물체로 전락한다. 그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똑같은 모양의 자갈들과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한다. 난 특별해- 난 존엄한 존재야. 아무도 날 대신할 수 없어.

'웃기지 마. 넌 나와 똑같고, 난 너와 똑같다. 아무도 특별하지 않으며, 아무도 평범하지 않다. 내가 너이고 넌 나이며, 우리는 나이고 너는 우리다.'

똑같다. 하지만 다르다? 개 짖는 소리다. 이 세상은 미쳤다. 개인이 가져야 할 특별함은 무시당한다. 부정당한다. 모난 돌은 깨지고 부수어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버린다. 세상은 말한다. 평범한 게 좋은 거다. 모두가 똑같은 세상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아무도 무시당하지 않고 그 누구도 우상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우상이 될 수 있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의심하지 마라. 세상은 평화로워졌다. 부정하지 마라. 모두가 똑같아짐으로써 싸움은 없어졌다. 믿어라. 우리는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긋지긋한 슬로건. TV에서 나오는 광고. 잡지에 쓰여있는 문구. 모두는 그렇게 세뇌되어가고 특별하지 않은 것이 특별한 것이라 여기며. 모두는 그렇게 생각하며 거리를 걸어간다. 속도를 맞추어 똑같은 걸음걸이로 똑같은 보폭으로 대열을 맞추고. 흐트러지지 않는 군중. 광장에는 모두가 똑같이 걸어나간다. 아무도 질서를 어기지 않고, 그럼으로써 존재하지 않는 법과, 그럼으로써 안전한 세상. 더 이상 범죄도 없다. 더 이상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도 없다. 더 이상 테러의 공포에 두려워할 일도 없다.

모두는 생각한다. 우리는 생각한다. '나들'은 생각한다. 난 특별해 하지만 특별하지 않아. 난 너와 달라. 하지만 넌 나야. 이 평등한 세상, 아무도 특별하지 않은 세상을 부수고 싶다. 하지만 이 안전함을- 이 평등함을 포기할 순 없다. 난 특별하며 평범하다. 그럼으로써 존재하는 나의 모든 평화. 안정감. 한 가지를 포기함으로써 한 가지를 얻는다. 테러도 없다. 공포도 없다. 슬픔도 없다. 행복도 없다. 즐거움도 없다.

평등한 세상. 아~아름다운 세상. 모두가 똑같은 아~아름다운 세상. 빌어 처먹을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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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