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가장 간단한 행위죠, 안 그래요?"
그는 베실 베실 웃으며 그렇게 되물었다. 난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시선을 돌렸다.
"그래요 그거, 대답하기 어려운 상황, 혹은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 껄끄러운 상대, 그것들에 대해서 가장 간단한 행위를 지금 하셨네요, 도피. 예, 바로 그거요"
그는 신나 보였다. 손에 들고 있는 차키를 검지 손가락으로 빙빙-, 시선이 쫓아가질 못한다. 그는 내가 차키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채자 재빠르게 열쇠를 멈춰 손에 쥐었다. 그리고 내 눈 앞에 손을 뻗어 열쇠를 흔든다.
"두 가지의 선택이 있어요, 어떤 게 좋겠어요?"
그는 뻗었던 손을 거둬들여 열쇠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의 빨간 후드티가 흔들흔들, 아스팔트의 아지랑이처럼 흔들흔들거렸다. 난 빨리 결정할 필요를 느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원하는 걸 말해"
일을 치르는 동안 막혀있던 목구멍에선 쇠 긁는 소리가 나왔다. 목을 간질거리는 통에 기침을 몇 번 했다. 그는 그제야 마음에 드는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짓고 있던 미소가 인위적으로 느껴질 만큼. 그는 손가락 하나를 펴 앞으로 내민 채 입을 열었다.
"첫째. 돈이 있다면 돈을 더 낸다. 그럼 저는 아저씨를 안전하게 원하는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린다"
그는 손가락 두 개를 펼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둘째. 돈이 없으면 저건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요령껏 토막 내어 버리고 나를 따라온다. 단, 저걸 토막 내는 일에 나는 일체의 도움은 주지 않는다. 자~ 선택하시죠?"
나는 그가 가리키는 저것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덜 닫힌 골프 케이스에서 사람의 손이 하나 삐쭉 뻗어 나와있다. 내가 죽인 아내가. 나는 복잡해오는 머리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돈을 더 주지"
그는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래-, 좋은 선택이에요. 도망가는 일은 전문가에 맡기셔야죠, 뭐~ 아저씨도 저걸 토막 내는 선택에선 도망치긴 하셨네요. 간단한 행위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