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미혼모다. 아니 미혼모였다. 열일곱 살 무렵 달콤한 사랑을 알게 해 준 남성은, 그녀가 둘만의 결실을 맺자 쓰디쓴 이별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그가 남기고 간 슬픔을 안고 배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그 당시도 눈물이 멈추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그녀는 아이를 낳았고 자신과 웃는 모습이 닮은, 볼이 퉁퉁한 딸을 낳았다. 아이는 그녀에게 있어서 삶에 있어 불행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 존재였다. 아이는 두 팔이 없는 채로 태어났다. 그녀는 슬픔을 어찌할지 몰랐다. 그럼에도 엄마이기에 한 아이의 유일한 가족이기에 삶을 살아야 했다. 아이는 그녀의 슬픔과 반비례하듯 밝은 아이로 자라났다. 벚꽃과 녹음과 낙엽과 흰 눈이 몇 번을 반복했다.
인생은 아이러니라 할까, 그녀의 인생은 아이로 인해 가장 밝았으며 그로 인해 벌어진 일로, 그녀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신은 그녀에게 행복을 주려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모든 것인 아이가 죽었다. 음주운전 뺑소니, 그녀는 모든 절망을 쏟아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가. 흘린 눈물이 거대한 호수가 되어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흘렸다. 멈추지 않을 것만 같던 눈물이 멈춘 건, 죽은 아이가 남긴 일기장을 발견한 뒤였다.
삐뚤빼뚤한 그 글씨로 쓰인 글들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절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쓰인 그 문장에 그녀는 더 이상 울지 않기로 다짐했다. '엄마 울지 마요' 남몰래 눈물 흘렸던 것들을 아이는 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의 바람대로 슬픔을 묻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와 같은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병원이고 보육원이고 자신이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몇 년이 지났을까 그녀에게 한 여성이 찾아왔다. 빼빼 마른 몸에 밥은 언제 먹었는지 모를 푹 패인 두 뺨. 여성은 메마른 입술을 움직여 말을 걸었다. 우리 아이를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그녀는 여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의 집에 도착해, 여성의 아이가 있는 문 앞에 섰다. 여성에게 들은 몇 가지의 주의사항과 이야기들을 머리 속에 상기하며 문을 열었다. 언제 환기했는지 모를 방안, 덩그러니 놓인 침대. 그 안에 간혹 경련하듯 몸을 떠는 남성이 잠든 것처럼 누워있다. 그녀는 문에서 들어서지 않고 남성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몸의 움직임, 그의 숨소리, 이불의 들썩거림. 그녀는 그동안 보아왔던 경험으로 그가 잠들지 않았음을 알았다.
조용히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일하게 됐어요, 피곤한 게 좀 풀리시면 말씀해 주세요"
그리곤 가져온 책을 펼쳤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선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녀는 남성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남성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삶을 견디는 원동력이었다. 마음을 닫은 그들이 조금씩 마음을 여는 그 행동, 그것은 그녀에게도 힘이 되었다. 그것은 그녀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