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달'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8.08.13 헤어짐.
  2. 2018.08.13 속도.
  3. 2018.08.13 한참 후에.
  4. 2018.08.13 도구.
  5. 2018.08.13 찾다.
  6. 2018.08.10 해방감.
  7. 2018.08.10 권위.
  8. 2018.08.08 오늘처럼.
  9. 2018.07.27 반딧불이.
  10. 2018.07.27 닮은.

"너 아직 대답 안 했어"

"응"

"대답해"

"미안"

그렇게 소년은 짧은 말만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소녀는 소년을 바라보다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에 살짝 피가 맺힌다. 소녀가 한발 소년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손을 높게 치켜들고 휘둘렀다. 짝-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고 소년의 얼굴이 벌겋게 변한다. 소녀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손을 치켜든다. 하늘로 향한 손 끝이 파르르 떨린다. 다시금 휘둘러지는 손, 더욱 붉어지는 소년의 얼굴. 소녀는 욱신거리는 손을 움켜쥐었다. 손 끝의 고통이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욱신거리는 고통은 소년의 얼굴을 뿌옇게 보이게 만들었다. 소녀는 그제야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걸 깨달았다. 성질내듯 눈물을 훔쳐낸다. 소년은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소녀의 말을 기다렸다. 아무 말 없는 소년의 침묵은 칼이 되어 소녀를 찔렀다.

"대답... 안 할 거야?"

"응"

"왜"

소년은 다시 대답이 없다. 소녀는 다시 때리려는 듯 손을 위로 치켜든다. 하지만 차마 다시금 때리지 못하고 손을 내렸다. 소녀는 왈칵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는다. 소년의 손을 붙잡고, 울컥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간신히 참아내고. 떨리는 목소리로, 담담한 척 입을 연다.

"가지 마"

"미안"

소년은 소녀를 밀어낸다. 그제야 소녀는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토해낸다. 흘러넘치듯 모든 눈물이 터져 나온다. 소년은 그렇게 울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소녀는 혼자 울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소녀는 소년이 없는 그곳에서 혼자 울었다. 세상 모든 울음을 다 토해낸 것 마냥 다 울고 나서야, 소녀는 집으로 향했다.

침대에 몸을 뉘이자, 멈춘 줄만 알았던 그 눈물이 다시금 쏟아져 내렸다. 배게를 흠뻑 적시고 나서도- 그 이후로도. 소녀는 멈추지 못하고 울음을 계속 흘려냈다.

소녀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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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다.  (0) 2018.08.13
해방감.  (0) 2018.08.10
Posted by Ralgo :

속도를 높이는 일은 쾌락을 불러왔다. 계기판의 눈금이 끝에 치다를 수록 발끝은 더욱 깊게 페달을 밟았다. 빨간 숫자가 영혼을 유린한다. 시야는 좁아져 어두운 터널에 잔상을 남긴다. 붉은 선과 노란 선이 어지러이 교차한다. 귀를 때리는 소리는 바람이 되어 스쳐 지나간다. 가속은 손쉽게 쾌락을 유도한다. 더 빠르게 더 아찔하게 더욱더. 나를 비롯한 모든 것들은 속도의 세계에서 빛으로 점멸하며 스쳐 지나간다. 빛은 찰나와 같다. 찰나의 불빛은 선으로 점으로.

속도는 죽음을 향해간다. 이대로 끝으로 저 멀리. 고조되어가는 스릴에 반비례해 정신은 고요와 같이 침잠해간다. 쾌락은 고통과 같았다. 속도와 함께 치솟았던 쾌락은 끝이 보이는 터널과 함께 고통으로 돌아온다. 고통은 현실이었기에 죽음은 곧 직면해 있다. 빠르게 더욱 빠르게, 터질듯한 쿵쾅 소리는 엔진 소리인가 심장의 맥박질인가. 죽음은 점멸하며 눈 앞으로 성큼 뛰어든다. 계기판 눈금의 끝이 파르르 떨려온다.

이대로 저 끝으로 페달을 내리밟는다. 빛은 선으로 어지러이 점멸한다. 저 끝으로, 아무것도 없는 어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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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그대가 날 사랑하는 만큼만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면, 그랬다면 나의 불안이 조금은 사라질 수 있었을까요? 저 달이 어둠을 밀어내는 것처럼. 당신이 저 초승달처럼 날 안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면, 우리는 좀 더 오랜 기간 서로를 더 바라볼 수 있었을까요. 그대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가리어진 그 날,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을까요.

난 당신을, 당신은 나를. 어쩌면 우리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서로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요. 한참 후에, 강산이 변하고 우리의 머리칼도 하얗게 눈이 내릴 때쯤. 그때쯤이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난 아직도 불안함에 휩싸이고는 합니다.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의 이유가 사라질 때면. 마치 신기루처럼 그대가 사라질까 두려워 잠 못 이루곤 합니다. 초승달을 보고 있노라면, 천천히 그대를 밀어내어 보름달이 되는 게 당연시되는 것 같아 괴롭곤 합니다. 당신이 나의 구름이기를, 나의 태양이기를, 나의 어둠이기를, 나의 추한 본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라봅니다. 난 우리의 보름달이, 우리의 이별이 되지 않기를, 그대가 날 사랑하는 만큼, 내가 그대에게 온전히 기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우리가 맞잡은 손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고 난 뒤에도. 그대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만큼 내가 그대에게 더 많은 사랑을 돌려주었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또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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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나는 나의 감정을 도구로 삼지 않았나. 그 헛된 감정과 거짓된 상심을 도구 삼아 거짓된 글을 적고 있진 않았나. 가면이라 생각했던 게 내 본 얼굴이라면, 본모습이라 생각했던 게 가면이 되는 것인가. 아니, 두꺼운 낯짝을 뒤집어 거죽을 떨궈낸다면 그건 내 얼굴인가. 피를 땅에 뚝뚝 떨궈내며 비곗덩이 출렁이는 몸뚱이는 언제나 거짓을 고하고만 있는가. 나에겐 결국 거짓만 도구로 남아 감정을 속이고만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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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탕'은 제 강아지예요. 아니, 가족이에요"

조그만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는 왠지 모르게 슬픔이 가득 묻어있어서 차마 뭐라고 대꾸하지 못했다. 나는 옛날부터 강아지가 자신의 가족이라느니, 자신의 분신이라느니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년의 절박함에는 쉽사리 그렇게 모질게 말할 수 없었다. 소년은 조그마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 뒤적거리더니 동전 몇 개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는 커다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릴 적 보았던 '장화 신은 고양이'와 같은 모습이라 눈을 돌리기가 어렵다. 내 표정을 본 소년은 잔뜩 얼굴을 구기더니 주머니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유희왕 카드도 올려놓고, 주사위, 작은 배지, 오락실에서 주워온 듯한 장난감 몇 개. 조막만 한 손이 쉼 없이 움직인다. 소년은 그렇게 주머니에 모든 걸 꺼내놓더니 다시 입술을 옴싹 거렸다. 말을 하고 싶은데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찾아... 주세요"

"꼬마야... 그게..."

"찾아... 달라고요"

"그러니까..."

하아-.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차마 찾을 수 없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소년은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꾸벅인다. 나는 그렇게 감사인사를 하던 소년이 몸을 돌려 나가기 전에 멈춰 세웠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잡동사니를 쓸어 담아 소년에게 건네어주고, 그중에서 아주 작은 배지 하나만을 손에 들었다. 소년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눈높이를 맞춘다.

"수고비는 이걸로 할게. 그러니 집에 가서 기다릴래?"

"... 예!"

소년은 눈물을 손등으로 닦더니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몸을 돌려 집으로 뛰어간다. 나는 뛰어가는 소년을 보며 머리를 긁적인다. 하아-이걸 어쩐다? 몸을 돌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끼잉-끼잉-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간혹 멍멍거리는 소리도 시끄럽게 들려온다. 나는 바닥에 있던 파이프 하나를 들어 벽에 휘두른다. 까앙-하는 소리와 함께 일순간 시끄럽던 소리가 사라진다. 나는 방 한쪽 구석으로 걸어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개를 바라본다. 발끝으로 밀어 고개를 돌리자 목걸이가 드러난다. '탕'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은빛 목걸이. 그걸 보고 있으려니 소년의 그 눈망울이 계속 떠오른다. 하아- 이걸 어쩐다.

"시발. 지네 부모가 와서 팔아넘겼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미 뒈져버렸다고 할 수 도 없고...

손에 들고 있던 배지를 엄지로 튕긴다. 타앙~탕~소리를 내며 요란스럽게 튕기더니 하수구로 쓱 빨려 들어가 버린다.

"이걸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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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모두들 미친 거라 생각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은 항상 절 밖으로 이끌고 맙니다. 코트에 몸을 감싸고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그들의 놀라는 표정을 볼 때면, 터질 것만 같은 욕구가 치솟아 오릅니다. 해방감, 그리고 자유. 맨 몸에 닿아 흩어지는 차가운 바람 살결을 스치고 땅에 떨어져 내리는 옷가지. 아아~! 발끝부터 저릿저릿 올라오는 이 흥분과 해방감! 당신들은 모를 겁니다, 이 황홀한 느낌을! 겪어보지 않은 당신들은 알 수 없겠지요, 한번 경험해 본다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겁니다. 사회 규범 도덕 따윈 다 잊어버리고 태초의 모습으로!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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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0) 2018.07.27
Posted by Ralgo :

좁은 방구석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해 패악질을 부려대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저 볼품없는 몸뚱이가 팔다리를 휘젓는 꼬라지를 볼 때마다. 아버지의 권위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 잘난 권위와 가부장제의 그늘 아래서 힘없는 어머니와 나와 내 동생에게 부려대는 저 행패, 그 어느 부분에서 권위가 생긴단 말인가. 그저 술에 허우적대는 죽어가는 짐승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사회는 냉정하다. 아버지는 그 사회의 낙오자, 힘없는 몸뚱이는 그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았고 그 분노는 오롯이 가족에게로 향했다. 어깨에 짊어지어야 할 책임감이 다리에 족쇄처럼 묶여버려 그것을 풀어내려 저리 발악하는 것이다. 풀려내질 않는 족쇄에 어느새 길바닥 한 군데에 멈추어져 버린, 늙고 초라하게 변해버려 그 어디에서도 사내다운 모습은 없는 그저 비쩍 꼴은 몸뚱이. 아버지는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된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분노를 가족에게 풀어낼 때가 되어서야, 피를 흘리고 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기어 다니는 어머니를 볼 때가 되어서야, 단전 밑에서 끓어오르는 거친 고양감에 휩싸이고는 하는 것 같았다.

동생과 나는 아버지를 피해 두꺼운 이불을 둘러싸고 그 위로 쏟아지는 발길질을 견뎌냈다. 내가 지금의 동생 나이일 적에는 고통스러웠던 발길이 이제는 점점 덤덤한 통증으로 내 등 위로 쏟아졌다. 아버지의 폭력이 거대해질수록 그는 점점 쇠약해져 갔다.

권위란 참으로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저 늙고 추례한 술 취한 남정네를 보고 있노라면, 폭력은 권위와 치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폭력은 분노를 풀어내 주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술이 그를 병들게 했고, 사회는 병든 사람을 받아주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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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0) 2018.07.27
Posted by Ralgo :

오늘처럼 기분이 좋으신 당신을 위해 기분이 더러워질 얘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아, 듣지 않으시는 건 자유입니다만 이미 이야기를 시작해버렸으니 그냥 들으시죠.

자, 바로 본론인 이야기로 들어가 봅시다. 난 당신이 싫습니다. 그것도 아주 구역질 나게.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참을 수 없습니다. 마치 무조건 반사처럼 뇌를 거치지 않고 척추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당신의 얼굴은 저 심해 괴물처럼 뭉개 놓아서 아주 역겹기 그지없습니다. 하, 인상 찌푸리지 말아요.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 보이니까요. 오늘은 좋은 날이었나 봅니다? 아 물론 절 만나기 전까지 말입니다.

당신의 목소리, 숨소리, 움직이는 몸짓. 하나하나 그 작은 움직임까지도 악취가 뿜어져 나오는군요. 잔뜩 삭힌 암모니아 냄새나는 썩은 음식물처럼 당신에게서도 역겨운 냄새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요. 아아- 입 열지 말아요, 썩은 치즈 냄새가 여기까지 풍기니까. 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 덩어리 같은 몸을 이끌고 밖을 나오다니. 제정신인가요? 더위에 머리가 돌아버린 건 아닌가요? 보기만 해도 답답한 그 덩어리들을 이끌고 나온다는 건 세상에 민폐입니다, 민폐. 다른 사람들의 눈에 테러를 가할 생각인가요? 그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해 주는 건가요? 당신이 이렇게 테러를 해대고 다니는데 왜 경찰은 당신을 감방에 처넣지 않는 거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전 당신이 기분 좋은 게 싫습니다. 언제나 지금 절 만난 오늘처럼 항상 기분이 더럽고 음습하며 축축한 장마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기분 좋았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주 단순하죠!

그래요! 그건 날 만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난 당신이 불행한 게 아주 아주 좋습니다. 언제까지나 내 말을 곱씹으며 저기 심연 속 끝까지 추락하는 게 좋습니다.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져 햇빛을 받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말이 비처럼 쏟아질 겁니다. 난 당신의 부끄러운 낱낱을 끄집어내며 위로 대신 비난을 쏟아낼 겁니다. 끊임없이 당신을 괴롭히는 존재가 되어 당신이 땅 속에 처박힐 때까지.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그렇게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추락하기를.

왜 그렇게 심한 이야기를 하냐구요?
뭘 새삼스레, 본래 그렇잖아요? 자존감이라는 녀석들은.

-당신의 자존감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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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점멸한다. 점멸한다. 또 점멸한다. 깜빡. 까암빡. 깜빡. 차가운 빛을 내뿜는 녀석은 깜빡. 불빛을 점멸한다. 깜빡. 시간을 보낸다. 반딧불이는 차가운 불빛을 점멸하며 시야를 괴롭힌다. 눈 앞에 반딧불이의 불꽃놀이 궤적이 깜빡. 점멸한다. 또 점멸한다. 무료한 시간은 나뭇잎 소리와 흘러간다. 물 흐르는 소리가 바위를 때린다. 깜빡. 시간은 흐른다. 반딧불이의 춤과 함께 점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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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0) 20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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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날 닮은 것들에 대해서 까닭 모를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의 유일성에 기반한 것이 아닌, 나와 동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에 가깝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불쾌한 상념과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인간이란 얼마나 피곤한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상은 완화되지 않고 예리하게 벼려진 바늘 끝처럼 점점 날카로워져만 간다. 한없이 날카로워져 누군가를 찔러 상처를 입히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것처럼.

고슴도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세운다. 아주 수동적인 형태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그마저도 통하지 않으면 몸을 튕기어 의지를 피력한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상처 입히기 위해 가시를 세운다. 호저처럼, 저 산미치광이라 불리는 녀석들처럼 더러운 엉덩이를 그들에게 향한 채 살을 뚫고 뼈를 뚫을 가시를 들이미는 것이다. 그들의 안위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오롯이 내 예민함으로 비롯하여.

세상에 문제를 돌리고 쏟아지는 비난의 포화 속에서 더 예민하게 더 날카롭게.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없이 더욱 남들에게 상처를 입혀가며. 그들이 고통으로 찡그리고 자리를 피해야만 나의 안전을 확보한 것처럼. 그 가시가 결국 자신을 향해 있는지도 모른 채. 너무 날카로워진 바늘은 결국 부러지고 말 것임을 알지 못한 채.

그래서 난 나와 닮은 것들에 대해서 까닭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체취는 나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고 혐오하게 만든다. 그들과 같은 체취가 나는 것은 깨닫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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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0) 2018.07.26
작별 인사.  (0) 20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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