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담기 위해 작은 병을 사 왔습니다. 오늘의 후덥지근한 날씨를 기억하려, 오랜 시간 차 안에 방치되어있던 물을 담았습니다. 차 안에서 달궈진 물은 뜨겁게 병을 덥혔습니다. 이 온도는 오래가지 않겠지만 그때의 기억은 병 안에 담기겠지요. 그때의 기억과 뜨거운 그날의 날씨를 담은 채로. 작은 병의 날씨가 선선해질 때가 되어서야 작은 병을 책장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책장의 한 구석엔 그렇게 모은 기억들이 색색을 발하고 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처음 가보았던 푸른 백사장의 모래가 담긴 병을 시작으로, 내 기억들의 단편은 하나둘씩 늘어갑니다.

슬픔이 담긴 병은 시간이 흐르고 눈물은 풍화되고 기억이 흐려져,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며 되뇔 수 있겠지요. 기쁨이 담긴 병은 시간이 흐르고 험난한 현실에 지쳤을 때 추억이 되어줍니다.

오늘의 슬픈 기억도 이 작은 병에서 언젠가는 흐려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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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