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은 점진적으로 에스컬레이트되어 갔다. 감각의 역치는 가파르게 상승하여 어느새 도달할 수 없는 지점까지 다다르고 말았다. 타는 갈증에 시달렸다.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이 욕구는 점점 날 시들어가게 했다. 난 내가 미쳤다는 걸 안다. 냉철한 이성과 돌아버린 감정은 서로 상충하며 더욱 강렬한 자극을 만들어냈다. 그래, 마약과 같다. 머리를 뒤흔들고, 눈에는 환상을, 소리는 환청을, 후각은 맹렬한 악취를 풍긴다. 잊을 수 없다.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선명히 느껴지는 것만 같은 촉각은 뇌를 속인다. 그때의 그 공간, 그 시간, 그 장면으로 끊임없이 리바이벌시킨다. 마치 멋진 추억을 곱씹기라도 하듯. 그럴 리 없음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그 거친 자극을 미화시킨다. 쓰다듬는다, 잘리어진 너의 몸뚱이를 보며. 촉각은 잘리어진 단면은 이제는 들릴 리 없는 비명은 코를 찌르는 이 비릿한 악취는. 이 자극은. 너를 상상한다. 촉각의 자극은 널 선명히 일으켜 세웠다.
가해지는 고통이 강해질수록 같이 커져가는 비명을 상상한다. 울부짖는 표정에서 난 미쳤음을 실감한다. 이 욕구에, 고통의 주인이 되어, 카타르시스의 노예가 되어 난 미쳐가고 있다. 이제 비명을 지르지 않는 너를 보며 난 다시 갈증을 느낀다. 이제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너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아직 감기지 않은 눈을 가린다. 마약중독자가 마약을 찾듯, 난 또 다른 너를 찾아 나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