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날 닮은 것들에 대해서 까닭 모를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의 유일성에 기반한 것이 아닌, 나와 동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에 가깝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불쾌한 상념과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인간이란 얼마나 피곤한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상은 완화되지 않고 예리하게 벼려진 바늘 끝처럼 점점 날카로워져만 간다. 한없이 날카로워져 누군가를 찔러 상처를 입히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것처럼.

고슴도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세운다. 아주 수동적인 형태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그마저도 통하지 않으면 몸을 튕기어 의지를 피력한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상처 입히기 위해 가시를 세운다. 호저처럼, 저 산미치광이라 불리는 녀석들처럼 더러운 엉덩이를 그들에게 향한 채 살을 뚫고 뼈를 뚫을 가시를 들이미는 것이다. 그들의 안위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오롯이 내 예민함으로 비롯하여.

세상에 문제를 돌리고 쏟아지는 비난의 포화 속에서 더 예민하게 더 날카롭게.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없이 더욱 남들에게 상처를 입혀가며. 그들이 고통으로 찡그리고 자리를 피해야만 나의 안전을 확보한 것처럼. 그 가시가 결국 자신을 향해 있는지도 모른 채. 너무 날카로워진 바늘은 결국 부러지고 말 것임을 알지 못한 채.

그래서 난 나와 닮은 것들에 대해서 까닭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체취는 나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고 혐오하게 만든다. 그들과 같은 체취가 나는 것은 깨닫지 못한 채.

'끄적끄적-. > 불편한 이야기-다섯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처럼.  (0) 2018.08.08
반딧불이.  (0) 2018.07.27
수집.  (0) 2018.07.27
희생.  (0) 2018.07.26
작별 인사.  (0) 2018.07.26
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