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기분이 좋으신 당신을 위해 기분이 더러워질 얘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아, 듣지 않으시는 건 자유입니다만 이미 이야기를 시작해버렸으니 그냥 들으시죠.

자, 바로 본론인 이야기로 들어가 봅시다. 난 당신이 싫습니다. 그것도 아주 구역질 나게.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참을 수 없습니다. 마치 무조건 반사처럼 뇌를 거치지 않고 척추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당신의 얼굴은 저 심해 괴물처럼 뭉개 놓아서 아주 역겹기 그지없습니다. 하, 인상 찌푸리지 말아요.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 보이니까요. 오늘은 좋은 날이었나 봅니다? 아 물론 절 만나기 전까지 말입니다.

당신의 목소리, 숨소리, 움직이는 몸짓. 하나하나 그 작은 움직임까지도 악취가 뿜어져 나오는군요. 잔뜩 삭힌 암모니아 냄새나는 썩은 음식물처럼 당신에게서도 역겨운 냄새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요. 아아- 입 열지 말아요, 썩은 치즈 냄새가 여기까지 풍기니까. 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 덩어리 같은 몸을 이끌고 밖을 나오다니. 제정신인가요? 더위에 머리가 돌아버린 건 아닌가요? 보기만 해도 답답한 그 덩어리들을 이끌고 나온다는 건 세상에 민폐입니다, 민폐. 다른 사람들의 눈에 테러를 가할 생각인가요? 그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해 주는 건가요? 당신이 이렇게 테러를 해대고 다니는데 왜 경찰은 당신을 감방에 처넣지 않는 거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전 당신이 기분 좋은 게 싫습니다. 언제나 지금 절 만난 오늘처럼 항상 기분이 더럽고 음습하며 축축한 장마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기분 좋았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주 단순하죠!

그래요! 그건 날 만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난 당신이 불행한 게 아주 아주 좋습니다. 언제까지나 내 말을 곱씹으며 저기 심연 속 끝까지 추락하는 게 좋습니다.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져 햇빛을 받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말이 비처럼 쏟아질 겁니다. 난 당신의 부끄러운 낱낱을 끄집어내며 위로 대신 비난을 쏟아낼 겁니다. 끊임없이 당신을 괴롭히는 존재가 되어 당신이 땅 속에 처박힐 때까지.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그렇게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추락하기를.

왜 그렇게 심한 이야기를 하냐구요?
뭘 새삼스레, 본래 그렇잖아요? 자존감이라는 녀석들은.

-당신의 자존감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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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