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구석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해 패악질을 부려대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저 볼품없는 몸뚱이가 팔다리를 휘젓는 꼬라지를 볼 때마다. 아버지의 권위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 잘난 권위와 가부장제의 그늘 아래서 힘없는 어머니와 나와 내 동생에게 부려대는 저 행패, 그 어느 부분에서 권위가 생긴단 말인가. 그저 술에 허우적대는 죽어가는 짐승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사회는 냉정하다. 아버지는 그 사회의 낙오자, 힘없는 몸뚱이는 그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았고 그 분노는 오롯이 가족에게로 향했다. 어깨에 짊어지어야 할 책임감이 다리에 족쇄처럼 묶여버려 그것을 풀어내려 저리 발악하는 것이다. 풀려내질 않는 족쇄에 어느새 길바닥 한 군데에 멈추어져 버린, 늙고 초라하게 변해버려 그 어디에서도 사내다운 모습은 없는 그저 비쩍 꼴은 몸뚱이. 아버지는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된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분노를 가족에게 풀어낼 때가 되어서야, 피를 흘리고 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기어 다니는 어머니를 볼 때가 되어서야, 단전 밑에서 끓어오르는 거친 고양감에 휩싸이고는 하는 것 같았다.
동생과 나는 아버지를 피해 두꺼운 이불을 둘러싸고 그 위로 쏟아지는 발길질을 견뎌냈다. 내가 지금의 동생 나이일 적에는 고통스러웠던 발길이 이제는 점점 덤덤한 통증으로 내 등 위로 쏟아졌다. 아버지의 폭력이 거대해질수록 그는 점점 쇠약해져 갔다.
권위란 참으로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저 늙고 추례한 술 취한 남정네를 보고 있노라면, 폭력은 권위와 치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폭력은 분노를 풀어내 주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술이 그를 병들게 했고, 사회는 병든 사람을 받아주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그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