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날 사랑하는 만큼만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면, 그랬다면 나의 불안이 조금은 사라질 수 있었을까요? 저 달이 어둠을 밀어내는 것처럼. 당신이 저 초승달처럼 날 안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면, 우리는 좀 더 오랜 기간 서로를 더 바라볼 수 있었을까요. 그대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가리어진 그 날,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을까요.

난 당신을, 당신은 나를. 어쩌면 우리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서로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요. 한참 후에, 강산이 변하고 우리의 머리칼도 하얗게 눈이 내릴 때쯤. 그때쯤이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난 아직도 불안함에 휩싸이고는 합니다.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의 이유가 사라질 때면. 마치 신기루처럼 그대가 사라질까 두려워 잠 못 이루곤 합니다. 초승달을 보고 있노라면, 천천히 그대를 밀어내어 보름달이 되는 게 당연시되는 것 같아 괴롭곤 합니다. 당신이 나의 구름이기를, 나의 태양이기를, 나의 어둠이기를, 나의 추한 본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라봅니다. 난 우리의 보름달이, 우리의 이별이 되지 않기를, 그대가 날 사랑하는 만큼, 내가 그대에게 온전히 기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우리가 맞잡은 손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고 난 뒤에도. 그대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만큼 내가 그대에게 더 많은 사랑을 돌려주었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또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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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