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언어와 행동, 그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니, 그래도 난 이해할 노력이라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은 날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을까. 난 그들에게 언제나 순종해야 했다. 그들은 순종하지 않는 나를 굴복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난 신발안의 모래알 같은 불편한 존재였을 테니. 털어내려 해도 털어낼 수 없고, 어느새 모르게 그들의 안에 있는 존재.
그들과 나는 서로에게 있어서 악연과 같았다. 내가 태어나던 그 순간부터 시작된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도저히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그 악연은 서로에게 상처만 만들어가며 이어지고 있다. 아마 그들과 나의 악연은 누군가가 죽어야 끝이 나겠지, 지긋지긋한 서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