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정지, 그만. 사실 우리네의 인생이란 어떠한 일을 중지하는 일의 연속일 것이다. 모든 행위에 있어서 중단하고 포기해가는 과정 속에 다른 어떠한 행위로 떠밀리듯 밀려나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따지고 본다면 우리네의 자유의지란 어찌나 빈약한지 알 수 있다. 나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닌 포기해 가는 과정, 양손에 과자를 들고 다른 것을 더 받을 수 없을 때, 아이의 선택이란 어떠한 것의 포기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일 거다. 굳이 따지자면 진화의 과정도 포기가 아니던가. 살아남기 위해, 종족의 번식을 위해, 포기해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와도 같을 것이다.

일어설 수 없는 새끼를 버리고 가는 초원의 말처럼, 사냥을 하지 못하는 늙어버린 사자가 버려지는 것처럼, 나무 둥지의 새끼들을 밀어 떨어트리는 저 새들처럼. 모든 것은 포기와 같았다. 우리네의 인생사에 저들의 생사를 대입해보자면 포기란 멈추는 것과 같았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 우리네의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길 멈추면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게. 대학도, 취직도, 하다못해 결혼과 아이와, 그리고 삶에서 있어서까지. 그것은 중지하는 일의 연속일 것이고 종래에는 결국 삶도 멈추는 것과 동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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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