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에는 붉은 전망대가 있습니다. 사실 굳이 따지자면 전망대라고 하기에도 조금 민망한 그런 것입니다만. 그 붉은 전망대는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폐건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밤바다의 길을 비추는 등대 였다고도 합니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 더 이상 밤바다를 비출 필요가 없어진 등대는 밤바다에 빛나는 전망대가 되었습니다.

전 이 전망대에 아주 몰래 오르곤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이 전망대를 싫어하셨습니다. 저 붉은 전망대를 보고 있노라면, 밤바다에 멀뚱히 서서 노란빛을 발하는 저 붉은 전망대를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는 저 바다에 가라앉은 영혼들이 모여드는 것만 같다고 했습니다. 밤바다에 죽은 영혼들이 붉은 원한을 가지고 영혼을 불태운다고 말이지요.

그렇게 따지자면 전 참 말을 안 듣는 아이였습니다. 전 시시때때로 이 전망대에 올라 밤바다에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검기만 한 바다 위에 전망대에서 떨어져 내리는 빛이 조금 비추는 그 순간이 좋았습니다. 저 멀리서 통통배가 어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 배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안정감마저 느끼곤 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이 밤바다가 주는 선물 같은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밤바다에 마음을 뺏긴 채 돌아온 뒤에는 항상 어머니께 혼이 났습니다. 어떻게 아셨는지는 몰라도. 그 후로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어머니가 그 전망대를 싫어하시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등대, 밤바다에 가라앉힌 등대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아직도 저 붉은 전망대에 오릅니다. 마치 밤바다에 영혼을 뺏긴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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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