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눈이 내렸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바라본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눈길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가만히 바라보다 얇은 점퍼 하나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간다. 뽀드득-하는 소리가 쓸쓸하게 골목길을 메아리친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 그 위에 내 발자국을 남긴다. 내가 처음이라는 사실에 괜히 기분이 설렌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에 서서 내가 만든 발자국. 노란 입김이 이리저리 퍼진다.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너와 같이 걸었던 그날인 것만 같다.
이리저리 장난치듯 걸은 발자국 하나하나가- 너와 있던 그날인 것만 같다.
그 날인 것만 같아서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이 흐른다. 너와 있던 눈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