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 아래 의자에 앉아 책 하나 손에 들고. 가끔은 구름 그늘에 가리어 몸을 식히고, 약간은 김이 빠진 콜라를 한입 입에 머금고. 집을 찾아가는 강아지 한 마리 내 발 밑을 스쳐지나고. 작은 참새 한 마리 짹짹 거리며 내 옆에 날개를 접어 쉬며. 아무런 생각도. 어젯밤 싸웠던 친구의 일 따윈 모두 잊고. 두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약간은 신나는 그런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득 여기가 하와이, 혹은 열대지방의 어느 섬. 바닷가라고 생각하고. 흘러가는 구름에서 모양 찾기 놀이를 하듯 여러 가지 동물을 끄집어낸다. 토끼. 고양이. 강아지. 방금 하늘로 날아간 참새의 어미. 쌍둥이 아가. 허리를 숙인 노파. 수많은 그림들을 찾아내고서야 햇빛이 얼굴을 빼꼼-. 뜨거운 햇살이 머리 위로 쏟아져내린다. 뜨거운 햇살에 눈이 찌푸려지고,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머리 위로 들어 햇빛을 가리고, 옅게 생긴 그늘 밑으로 태양을 훔쳐본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햇빛의 갈기. 이리저리 흩날리는 메두사의 머리처럼. 잠시 보고 있자니 눈이 아파와 다시 옅은 그늘에 머리를 감춘다. 시간의 흐름은 오직 구름의 흐름만으로, 태양의 기울기로만 느낀다. 내가 아는 모든 동물 모양의 구름을 다 찾았을 때. 태양이 슬슬 머리를 땅속으로 집어넣고 있는 때가 돼서야 엄마가 돌아온다. 양손에 먹을거리가 가득 든 비닐봉지 두 개. 출렁거리는 봉투 사이로 보이는 내가 좋아하는 먹을거리. 입에 웃음이 걸린다. 두 팔 벌려 엄마를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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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