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남성의 물음에 여성은 한참을 대답이 없다. 그저 가만히 컵 속의 물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자신의 얼굴을 살피듯. 빨대를 들고 있는 검지 손가락이 툭툭-. 물 잔에 물결을 일으킨다. 남성도 딱히 여성의 대답을 바라지는 않았던 것인지, 자신의 물음에 대해서 답을 갈구하지 않는다. 손에 들린 핸드폰을 무의미하게 만지작거린다.
"글쎄... 너는?"
"응?"
여성의 대답은 갑작스레 튀어나왔다. 남성은 순간 반응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어느새 여성의 눈은 남성을 향해있다. 하지만 물 잔에 물결을 만드는 그 무의미한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남성의 대답이 늦어질수록 여성의 검지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다. 물결이 더욱 빠르게 생겨난다.
"아마... 꿈"
남성의 대답에 여성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무의미한 물결 만들기를 그만뒀다. 몸을 의자에 파묻듯이 기대어 앉고는 다시 남성을 쳐다본다. 무료한 표정-. 남성은 여성을 쳐다보지 않는다. 핸드폰을 만지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핸드폰... 재밌어?"
"안 궁금해?"
여성의 물음에 남성은 생뚱맞은 질문을 해온다. 하지만 여성은 곧 질문의 의미를 깨닫고 눈을 돌린다.
"응"
여성은 대답을 하고는 기지개를 켠다. 지루하다. 지금 이 자와 있는 시간 모두. 무료한 시간은 흘러가지 않고-.
"가자"
"진짜 안 궁금해?"
다시금 남성이 질문한다. 여성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빨대를 집는다. 또다시 물결을 만든다. 거센 물결이 물컵 속을 요동친다.
"그래, 말해봐"
여성의 대답에 남성은 잠시 숨을 고른다. 왠지 입술이 마른다. 계속해서 만지던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여성과 눈을 맞춘다. 둘은 눈을 피하지도 않고 서로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조금 흐른다. 여성은 따분한 듯 하품을 한다. 지루한 하품 소리가 조용히 퍼져나간다. 남성은 그제야 마음을 굳힌 듯 마른 숨을 꿀꺽 삼키고 입을 연다. 긴장한 것인지 조금은 갈라진 쇳소리가 흘러나온다. 큼 큼-거리는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연다.
"넌 나한테 꿈같은 사람이니까. 내가 어릴 적 꿈꾸던 사람이니까"
남성은 자신의 말에 쑥스러운지 뺨을 긁는다. 여성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가자"
"으, 응?"
"가자고"
여성이 핸드백을 들고 일어선다. 남성은 어정쩡한 자세로 따라 일어나며 다시 입을 연다.
"저... 아무렇지 않아?"
"뭐가?"
"내가 한 말..."
남성은 여성의 눈치를 살핀다. 여성은 그런 남성을 신경 쓰지도 않고 핸드백을 어깨에 걸쳐 맨다. 몸을 돌린다.
"갈게"
여성은 남성을 떠났다.
여성은 지금까지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 여성은 그런 여자였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아무도 사랑할 것 같지 않은 여자였다. 여성은 저만치 멀리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남성은 허둥지둥 뒤쫓아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