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너는 울고 있었다.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그걸 난 그저 아무 말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 말도. 난 차마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그 말을 억지로 억눌렀다. 왠지 모를 환희와 왠지 모를 안도감. 그리고 그 뒤에 밀려오는 죄책감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하루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저 그렇게 너를 바라보면서 난 기쁘다는 표정을 가식적으로 지은채, 항상 짓눌리는 무거운 마음을 없애려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죄인이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멍이라도 든 것처럼. 하지만 이건 단순히 내 죄의식이 부족해서일까. 혹은 그만 걱정해도 된다는 안도감일까. 난 지금. 이 순간. 너와 함께 있는 이 공간에서. 분명하고도. 그리고 확실하게. 난.

기뻐하고 있었다.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억누르고 해방되었다는 안도감이 무기력할 정도로 온 몸을 휘감았다. 난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울고 있는 너를 보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 이 기쁨을 억누르는 게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난 가식적으로 너를 끌어안았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는 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용히 쓰다듬었다. 너는 한참을 울었다. 한참을-. 그렇게 너는 울다 지쳐 내 품에서 잠들었다. 나는 너의 곁을 지키고-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시선을 피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는 너를 부축하며 건물을 나섰다. 그 순간까지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죄책감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오로지 해방이라는 그 감정만 남았다.

오늘 난 뱃속의 아이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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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