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잠이 오질 않아 컴퓨터 앞에 앉는다. 나는 글쟁이, 혹은 폐인, 혹은 사회 부적응자, 불평불만 많은 아이, 염세주의자, 나에 대한 여러 가지 수식어들. 혹은 나를 정확히 표현한 단어들. 이 우울한 모습들을 들키기 싫어, 평상시엔 웃음이라는 가면을 쓰고 마치 광대라도 된 것처럼 우스꽝스럽게 행동하고. 아무도 없는 방 안에 홀로 앉아서 가면을 벗는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글을 쓴다는 걸 비밀로 하고, 오늘도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이렇게 신세한탄 섞인 글을 써 내려간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부끄러운 이야기. 그렇지만 누군가는 봐주었으면 하는 이야기.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이야기. 난 나를 방안에 가두고- 그렇게 조심스레 글을 쓴다. 친한 이들에게, 혹은 가족에게 밝힐 수 없는 나의 우울한 이야기들,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 어릴 적의 상처들. 그것들이 하나로 엮여 내 이야기의 재료가 되어간다. 모두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 그런 이야기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의 뒷면. 나의 숨겨진 모습. 내 거짓말들. 어쩌다 보니 난 그렇게 내 거짓말들을 글로써 풀어나간다.
이 과정은 꽤나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어서, 글을 써 내려갈수록 드러나는 내 본모습에 머리가 욱신거린다. 우울한 기분에 휩싸인다. 글 속에 드러난 내 본모습에 경멸한다. 속에만 담아두었던 온갖 추악한 찌꺼기. 내 진심, 내 본모습. 내 글의 찝찝한 이야기에 혼자 마음 쓰라린다. 불면증. 그것이 오기 시작한 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는지, 불면증이 와서 글을 쓰기 시작한 건지...
혹은 내가 잠들기 싫어서 글을 쓰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불면증이란 핑계를 대고 글을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