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이 땅으로 꺼져갈 때쯤, 우연히 땅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붉은 태양이 점점 땅으로 사라지는 것과 반비례하듯, 그림자는 점점 자신의 몸을 길게 늘였다. 마치 자신이 여기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점점 몸을 길게 늘이던 그림자는 빛이 툭-하고 사라짐과 동시에 모습을 감추었다. 마치 거기 존재하던 게 거짓말인 신기루처럼.

존재하지 않게 된 그림자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눈에 보이진 않게 된 모든 게 신기루 같은 건 아닐 것이다. 떠나간 모든 이가 신기루가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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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