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꺼낼 수 있는 상자를 주웠습니다. 난 무엇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다 상자에 손을 넣었습니다. 난 몇 달 전 목 메달아 죽은 엄마를 꺼냈습니다. 엄마는 비뚤어진 미소로 날 반겼습니다. 엄마, 우리 엄마.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빠는 기쁜 건지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 어...'하는 말을 하는 걸 보니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기쁜 걸까요? 엄마는 목을 메달기 전처럼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를 했습니다. 그날 그 저녁처럼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방 안을 채웠습니다.

아빠는 그날과는 다르게 밥을 드시지 않았습니다. 그저 옆에서 담배만 뻑-뻑-피울 뿐이었습니다. 엄마는 생선 살을 발라 내 밥 위에 올려주었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아마 눈이 마주치면 때리던 아빠를 의식해서일 겁니다.

그 날 저녁은 푹 잠들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엄마가 또 매달려 있습니다. 풍경처럼 흔들흔들. 인형이 된 것 같습니다. 아빠는 내가 확인한 걸 보고는 주섬주섬 엄마를 끌어내렸습니다. 난 한숨을 쉬고 밖을 나섰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난 다시 무엇이든 꺼낼 수 있은 상자에서 엄마를 꺼내었습니다. 엄마는 다시 삐뚤어진 미소로 날 반겼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빠는 박스에 죽은 엄마를 욱여넣다 우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표정을 보니 퍽이나 기쁜 모양입니다. 난 당황하는 아빠를 보고는 웃어버렸습니다.

이 날도 된장국을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또 엄마는 매달려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아빠도 같이 그 옆에 매달려 있습니다. 나는 흔들리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웃고 말았습니다. 이제야 둘 다 죽어버렸습니다.

난 무엇이든 꺼낼 수 있는 상자에 갔습니다. 이번엔 우리 가족이 행복했던 그때의 엄마와 아빠를 꺼냈습니다. 둘은 환한 미소로 날 끌어안았습니다.








난 다시 무엇이든 꺼낼 수 있는 상자에 갔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또 죽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둘이 원한 건 내가 아니라 돈이었나 봅니다. 난 돈을 꺼내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돈이면 우리 가족은 예전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요?

'끄적끄적-. > 불편한 이야기-한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승패.  (0) 2018.06.06
쓸데없는.  (0) 2018.06.05
웅크리다.  (0) 2018.06.05
허상.  (0) 2018.06.05
꿈.  (0) 2018.06.05
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