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침묵하는 게 더 상처가 되는 거야"
그 말은 싸늘하게 내뱉어졌다. 마치 그럴싸한 명언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분명 날 두고 하는 말이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다른 누군가에게 더 이상 의지하지 않은 채-. 그리곤 한참을 우리는 서 있었다.
"평생 날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자다가도 문득, 밥을 먹다가도, 얘기를 할 때도, 생활 모든 곳곳에서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절대 잊혀지지 않게"
침을 삼켰다. 그녀는 자신의 숨이 거칠어지는 건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그녀의 파르라니 변한 핏기 없는 입술을 바라보았다. 예전 언젠가는 그녀의 입술도 붉디붉은색이었다. 생명이 다달아감에 따라 그녀의 입술도 생명을 빼앗기는 것만 같았다.
"어느 날이든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내려다봤을 때. 공기가 좋거나 나뭇잎이 유난히 파랗다거나. 꽃이 아름답게 피었거나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거나. 날 생각해야 해. 알았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가 대답하지 않는걸 탐탁지 않아했으나 난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갔다. 그녀의 말을 막아야 하지만, 내 눈앞이 흐려져 그럴 수 없었다. 그게 눈물이란 걸 손으로 닦아내고 나서야 알았다.
"비가 내리고 땅이 축축하고 여름철 더위로 찝찝해도, 겨울에 너무 추워 이빨이 딱딱거려도, 그때도 날 생각해야 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그녀는 만족하듯 눈을 감았다. 갈수록 거칠어져 가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녀가 부탁했듯 난 그녀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