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상이 나의 이상이 아님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은 게 내 불찰이었다. 너의 이상을 헤아리지 못한 게 나의 잘못 이련만, 난 이상하게도 너를 탓하며 나의 이상을 받아들여주지 않은 너를 욕했다. 아-, 나도 알고 있다. 내 이상은 그저 시인 이상의 날개처럼, 한없이 추락할 일만 남은 헛된 이상이란 걸. 우리의 관계가 뒤틀려버린 이상, 어찌할 일 없는 종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리라. 이리도 이상하게 나의 감정을 담아내는 이 글은 아마 너에게는 말장난처럼, 혹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마냥 느낄 수 있다. 그래-, 난 너에게 이 글이 그렇게 이상하게 읽히도록 의도하고 있다. 너와 나의 이상이 다름에, 우리의 이상이 이상하게 되어버린 이상, 너와 나는 더 이상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게 될 바에야-. 그냥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글처럼, 편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각자의 이상대로 생각하는 게 편할 것이다. 아마 그게 서로에게 더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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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