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아 눈을 뜨면 그는 결정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뜨거운 불길에 자신을 밀어 넣는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여야만 했을 것이다. 그는 굳은살 베긴 손으로, 미싱사들을 다독이던 손으로 불길 속을 뛰며 소리를 질렀다. 기계가 아니라던 그의 외침은 타들어가는 그의 육신에서 평화시장을 가득 메웠다. 밤을 새워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읽어나가며, 눈을 뜨면 고사리 손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위하여. 그는 그렇게 자신을 고난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루 16시간의 고된 노동을 겪어가면서도, 배고픔을, 굶주린 배를 움켜쥐어야만 했던,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은 없었다. 자기 몸집 불리기에 바빴던 돼지들에게, 빨갱이가 되어버린 그의 선택은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자신의 몸을 불태워가며 노동자들의 인권을 혼자 짊어지며. 그는 그렇게 배를 굶주린 채 불길에 몸을 던졌다. 그는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야만 했다. 마음의 고향으로.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죽이고, 자신이 돌보지 않으면 안 될 나약한 생명들을 위해, 그는 외치었다. 불타는 심신으로 그는 외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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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