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어와 문장과 글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감성들에 명칭을 붙이는 게 싫다. 청춘의 사랑이야기가 어느 누군가의 마음을 간질이듯, 어깨 위 짊어지게 된 삶의 고난이 담긴 어른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짓누르듯, 꺼져가는 어르신들의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먹먹하듯. 그들의 이야기를 그저 어떠한 명칭을 붙임으로써 퇴색되어가는 게 싫다. 아주 작은 사소한 그 명칭은 시를 시로써, 글을 글로써 읽어나가는 감정을 뭉뚱그려버린다. 그것은 일종의 비하와 멸시가 담긴 것으로써 풍부해져야 할 감성을 짖뭉개기에 충분했다.

사랑이야기가 마음을 간지럽히는 게 언제부터 오글 거리는 것이 되었나. 다른 이의 마음이 살랑 거리는 게 그리도 불편하였던가. 그들의 사랑이야기 속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을 텐데 그들은 그렇게 단정 지어버리는 것으로 더 이상 이런 이야기가 쓰일 수 없게 되었다. 글을 씀에 있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비굴한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오롯이 써 내려가야 하는 게 글이라면, 이렇게 별칭 지어진 감정들을 써 내려갈 수가 있는 것일까. 남들의 입에 거론될 그 감정들은 점점 사장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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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