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땅바닥이 가까워 옴으로써 그에게 내 생각을 전한다. 허리를 굽히는 각도에 따라 그의 마음이 흡족하게 바뀔 것이다. 허벅지에 붙인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난 잠시간 그가 나를 보며 자위할 수 있도록 허리를 굽힌 채 멈추었다. 자존심도 구부러져 땅으로 머리처럼 처박힌다. 굴욕감과 자존심은 반비례한다. 그리고 내 인사에 그의 흡족함은 미친 듯이 하늘을 향해 치솟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의원님!"

그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그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나서야 굽혔던 허리를 폈다. 뻐근한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굴욕적인 감사는 그의 거만한 배려로 끝이 났다. 빌어먹을 일은 이렇게 간단히 정리가 되었다. 나 혼자 고개를 숙임으로써, 우리를 짓밟은 그에게 굴욕적인 감사를 함으로써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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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