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동족을 죽인다는 건 크나큰 금기였고, 시대가 흐른 지금까지도 그건 금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 그리고 살인. 여기서는 살인이라는 인간에 대한 초점보다는 동족 살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의 사람, 흔히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동물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말이지요.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것들의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단순히 신진대사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한 포식 활동부터, 비를 피하고 추위에 맞서기 위한 파괴행위, 번식을 위해 하는 모든 치장에 따른 쓸데없는 가공 행위까지. 그 무엇하나 동족을 제외한 생물체들의 희생을 강요해왔습니다. 자-,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당신이 행하는 모든 포식 활동에 있어서 죄책감을 느끼고 계십니까? 글쎄요. 혹자는 동물 보호단체 따위를 행하고 있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곤 합니다만 그게 우리의 금기와 똑같은 수준으로 느껴지십니까?
자, 한번 우리를 동물이라 봅시다. 영장류와 분화되어 사람과에 속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되기까지, 우리는. 고릴라와 같은 영장류와 다를 바 없는 동물로 본다면 말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릴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죽음을, 그들에 대한 살해 행위를 우리는 금기라고 여기곤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의 금기를 왜 그들에게 적용시킬 수 없는 걸까요? 우리 종족이 살아남기 위해 남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포식 행위, 그로 인해 당연시되는 모든 감정들로 배제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우리들은 왜 동족 살해라는 그 행위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까요? 금기라는 명칭까지 붙여가며 처벌하고 그들의 행위를 낙인찍는 것일까요. 사실 동물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동족을 죽인다는 행위 자체도 포식 활동을 하기 위해서 이뤄지는 작은 일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자-, 우리는 서로 살해하는 행위에 대해 고찰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땅위에 존재하는 동물들 중 하나로써 우리의 생명은 사실 그리 고귀한 것이 아닐 거란 생각인 것이지요. 거기서부터 우리들은 생각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생존을 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의 안위만큼 중요한 것이란 없습니다. 여러분, 죽이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 마시길 바랍니다. 그것은 금기라 이름 붙여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든 행위들에 대해 옥죄는 사슬과 같습니다. 우리는 그 사슬을 풀어내고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금기를 깨야만 하는 것입니다.
-어느 살인자의 연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