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만난 지 7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조금은 긴 시간, 그러나 너와 나에게는 순식간에 흘러지나 간 시간. 20대였던 너와 30대가 된 너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벌써 이만 치나 흘렀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로.
넌 그때와 같은 표정. 그때와 같은 목소리, 손짓으로 날 불렀다. 언제나와 같은 여느 때와 같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모습으로. 넌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불렀고 그런 너의 행동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나도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너는 잠시 입술을 깨물고 메마른 목을 따갑게 만드는 침을 삼키고. 메말라 갈라진 입술을 물어뜯으며 애써 웃었다. 무언가 애처로워 보이는 그 모습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우리는 왜 의식하지 못한 채로 이 시간들을 헛되이 달려왔나. 바로잡을 새도 없이.
우리는 식탁에 앉았다. 우리의 돈을 모아 산 낡은 의자가 삐걱-. 7년이란 시간의 흔적과, 방안에 가득 찬 너와 나의 시간들. 너는 잠시 의자를 쓰다듬다가 숟가락을 들었다. 언제나처럼 또 다르지 않은 듯이 넌 자작하게 끓고 있는 된장국을 한입 떠먹었다. 그리곤 작은 캬~하는 소리를 내곤, 그리곤 너는 멈추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작은 틈 후에, 너는 어깨를 들썩였다. 숟가락을 쥔 손가락이 빨갛게 변했다. 너는 아무렇지 않은 척 참았다.
난 조용히 숟가락을 들어 밥을 욱여넣었다. 항상 먹던 그 맛의 그 요리들. 그렇지만 내가 느끼기엔 달라져버린 맛들. 물을 입에 넣고 마시듯이 밥을 삼켰다. 내가 도망치듯 밥을 다 먹은 후에도 너는 한참이나 숟가락을 든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듯 식탁의 음식들을 치웠다. 너는 언제나처럼 설거지를 했고, 난 평상시와 다르게 돕지 않았다.
넌 꼼꼼히 설거지를 마치고, 겉옷을 입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나는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고 현관으로 따라나갔다. 넌 무슨 말을 하려는지 메마른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몸을 돌렸다.
찰칵-하는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넌 옮겨지지 않는 것 같은 한 발자국을 밖으로 내놓았다. 등 돌려진 너의 모습은 작아져 있었다. 그때와는 다르게.
"안녕..."
"응 안녕"
우리는 평상시와 같게 인사했다. 그리고 너는 문을 나섰고 우리는 평상시와 다르게 이별했다.
너와 나 사이에 '내일'은 없다. 7년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긴 시간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순식간에 흘러갔다. 이별하는 지금 이 순간이 7년이란 시간보다 더 길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우리의 7년이 흘렀고, 더 이상 그때와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