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복도를 걷는다. 끼익-. 오래된 나무 바닥이 비명을 내지른다. 서서히 식어가는 태양이 붉은 노을을 만든다. 타박-타박. 발걸음 홀로 적막한 소음을 만들어낸다. 창밖에서 붉은 노을이 날아든다. 저 멀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인다. 빛을 삼켜버려 새까만 어둠의 모습으로. 교실 문 앞에 다다랐다. 뒤틀린 나무 문이 신경을 갉아먹는 소음을 만들며 열리었다. 교실은 그때의 그 모습으로 그때의 그 향을 머금은 채 머물러 있다. 난 흐릿한 기억 속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낙서 가득한 책상, 기억 속에선 선명한 낙서들이 여기선 흐려져 있다. 먼지를 손으로 대충 털어내자, 그 흐릿한 낙서 몇 개가 몸을 들어냈다
우리 언제까지나.
네가 새긴 그 낙서는 이제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는 말이 되었다. 넌 언제고 어느 때고 어느 순간이고 그때처럼 이곳에서 머물러 있겠지만, 더 이상은 널 볼 수 없게 되었다. 붉은 노을이 검게 물들어 갔다. 어둠은 금세 교실을 뒤덮었다. 검은 노을 속으로 사라진 너의 모습은, 이제 흐릿한 기억이 되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것만 같다. 이렇게 무너져가는 우리의 추억 속에서 나의 시간만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