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라면, 그건 아마 자기 자신과의 대면을 통한 고찰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나의 생각이란 수많은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커다란 찰흙과 같은 것이라서, 뭉치고 섞여 회색빛으로만 보일 수도 있다. 마치 내가 가진 딱 하나의 생각인 것처럼. 이건 약간의 오만이기도 해서 나의 생각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것이란 착각에서 발로 된 것이기도 하다. 다시 뒤섞인 찰흙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이 찰흙은 회색빛의 단색으로만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고 분리하다 보면 사실 이것은 여러 가지 생각의 복합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의 의견은 나 혼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글이 나의 의지와 생각을 벗어난 채 써 내려가질 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하는 생각과 원하는 방향이 아닐 것일진대, 또 웃기게도 그 이상한 방향의 이야기도 써 내려가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글을 한참 내 의지 같은, 혹은 내 의지 같지 않은 글을 다 써 내려가고 난 뒤에야 한 가지 깨닫게 된다. 사실 이 글의 의지와 생각도 사실 뒤섞여 알아볼 수 없던 찰흙 덩어리였단 걸. 보이지 않았을 뿐 내 안에 있던 생각 중 하나라는 걸.
이 과정 중에서 느껴지는 그 묘한 생각은 날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 상충되는 두 가지의 생각은 어떤 관점에서 내가 행동해야 하는지 결정을 촉구하곤 하는데, 그것은 사실 답을 내릴 수도 내려서도 안 되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사형과 복지, 신과 인간, 선과 악 그따위 것들 말이다. 그래서 간혹 이 상충되는 생각과 감정을 서로 충돌하게 하곤 한다. 글을 씀으로써 글을 쓰고 난 뒤에야, 나도 몰랐던 그 생각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사실 어린아이 장난 같은 내 글들은 누군가에게 읽히기보단 내 생각을 정리하는 창구와 같은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 내 생각을 공유(혹은 강요라고 할 수도 있다)함으로써 내가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이쪽과 저쪽, 좌와 우의 어느 쪽에서도 받아들여지고자 하는 몸부림인 것이다. 사실 이런 태도는 양쪽 모두에게 지탄받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