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소식을 들었다, 너의. 난간에 올라 담배를 물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몸을 적신다. 저 밑의 사람들은 개미처럼 재빨리 걸음을 옮긴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이리저리 걸음을 재촉한다. 우산을 꺼내 쓰고 가방과 옷으로 머리를 가린다. 누군가는 그늘 밑으로 몸을 숨기고 또 몇몇 사람은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긴다. 카악-하는 소리를 내며 입에 가래를 머금는다. 천천히 밑을 조준하고 퉤- 내뱉는다. 빗방울에 섞여 침이 떨어져 내린다. 땅으로, 누군가의 머리 위로, 또는 누군가의 우산으로, 누군가의 가방 위로.

침을 맞지 않은 자들과 맞은 자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도, 그 무수히 많은 빗방울 속에서도 침을 맞은 사람의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들의 노력은 무엇이 있었을까. 아니 맞지 않은 그들은 무슨 노력이라도 해서 피하기라도 한 것일까. 침을 피한 이가 합격이라 한다면 그에겐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내가 하는 행위가 저 위의 누군가가 하는 행위와 다를 바는 또 무엇이란 말일까. 합격한 너의 노력과 나의 노력이 무엇이 그리 차이가 난 걸까.

담배를 난간 밖으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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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