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달빛을 친구 삼아 혼잣말을 털어놓았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할 얘기들을.

난 어릴 적 많은 고민과 고통을 가진 아이였다. 그건 때로는 분노 발작처럼, 다른 이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내 폭탄과도 같은 성질을 견뎌내어야만 했다는 것과 동일했다. 특히 그건 내 옆에 있는 가족들에게 더 심한 트라우마처럼 심어지기에 충분했다.

난 사회의 피해자이며 가해자였다. 학교에서 당한 모든 폭력은 고스란히 내면 깊숙한 곳에 상처를 만들었다. 절대 아물리 없는 흉터처럼, 곪고 곪아 썩어버리는 그런 흉터는 고름을 잔뜩 머금은 채 날 죽여가고 있었다. 웃기게도 이런 상처는 나를 가해하는 가해자들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허들과 같았다. 내가 아무리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고 그들에게 애원해도, 그들은 가차 없이 날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다. 마치 즐거운 유희처럼, 난 그들의 장난감과 같았다. 언제 어느 때고 부서져도 문제없는 싸구려 장난감. 그런 그들에게 난 반항할 수 없었다. 반항은 용기 있는 자의 행동이었으니까.

나는 모든 폭력의 분출구를 가족에게로 돌렸다. 그들에게는 단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난 그들에겐 피해자였으나, 가족에겐 가해자일 뿐이었다. 그들의 가혹성이 정도를 더해갈수록, 반대급부로 가족에게 가해지는 피해망상은 한없이 치솟았다. 그것은 내가 아직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지만, 가족에겐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계속되는 자살시도에 가족들은 지쳐갔다. 내 안에 깊이 가라앉은 해결되지 않는 분노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파괴했다. 고통의 나날이 지속되었다. 그들과 마주칠 일이 없게 된 뒤에도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날 옥죄었다. 정신병동에 갇히기를 반복해가는 와중에서야, 난 아주 간신히 내 분노를 돌릴 수 있었다. 그것은 가족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향하지 않는 아주 이상적인 형태로, 나에게 나타났다.

여름밤, 정신병동에서 퇴원한 오늘 밤, 달빛을 친구 삼아 혼잣말을 털어놓는다. 누군가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를.

"다 죽여버리고 싶다"

'끄적끄적-. > 불편한 이야기-네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합격.  (0) 2018.06.07
갈증.  (0) 2018.06.07
도심.  (0) 2018.06.07
우산.  (0) 2018.06.07
나쁜 소식.  (0) 2018.06.07
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