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시간은 사람을 고집스럽게 물고 늘어진다. 나에게만 주어진 이 남은 시간은 끊임없는 불안감을 짊어지게 했다. 무언가 안정될 만한 것을 찾는다. 숨소리가 귀를 어지럽힌다. 타닥 거리는 펜 놓는 소리가 온 방 안을 채운다. 시간을 채워야 한다. 숨을 천천히 내쉰다. 온몸의 신경이 날카로운 바늘 끝처럼 곤두선다. 발 끝에 힘을 준다. 종아리까지 타고 오르는 둔탁한 고통이 허벅지를 타고 올라 이내 등줄기를 내달린다. 머리가 아찔하다. 비어있는 이 시간,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는 유난히도 천천히 흐른다. 마치 더 느리게 더욱 느리게 거꾸로 내달리는 거북이와 같았다. 날카로웠던 신경을 붙잡아야 했다. 잠시만 신경을 놓아준다면 야생마와 같이 사방으로 쏟아져 나갈 것이 분명했다.
상념은 상념을 낳았다. 그 상념은 살아있는 생물체가 되어 끊임없이 정신을 뒤흔들었다. 이윽고 난 얼마 지나지 않아 야생마의 고삐를 놓았다. 이리저리 내달리는 정신은 온갖 상념들의 파도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눈을 들어 주변을 살피었다. 나 외에 모두가 바쁜 이 곳, 난 홀로 남은 시간과의 싸움에 지고 말았다. 책상에 엎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을 끝마치는 고통과 같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일어설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