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원을 정말 들으시는 거라면 한 번만 대답해주세요. 신, 그대에게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난 어릴 적부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신은 존재할까? 그것이 내가 가진 딱 한 가지 궁금증이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지요. 제가 당신이 존재한다고 믿게 된 건 무슨 사실, 혹은 종교에 의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 전 단지 새로 생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그 본질인 당신을 인정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궁금증은 당신이 존재해야만 성립하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신, 당신은 자신을 믿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입니까?
그래요, 난 이 질문이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의 모든 인류를 딱 두 가지로 정의하게 했습니다. 자신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믿는 자는 어떤 사람이든지 포용하고 믿지 않는 자는 어떤 사람이던지 배척하라.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과는 참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당신이 정의해버리게 된 두 가지의 사람들은 사실 세부적으로 수 많이 갈리게 됩니다. 당신도 보고 있다면 알고 계시겠지요. 당신의 말씀을 전하는 자들의 악행을. 그리고 그들이 벌인 추잡한 짓거리들을. 물론,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제 질문에 답해주셔야 합니다. 답해야만 합니다.
당신은 악행을 저지른 자신의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포용하는 겁니까? 살인을 저지르고, 강간을 하고, 폭행, 절도, 간음. 그런 것들도 당신을 믿기만 한다면 모두 용서가 되는 것입니까? 아니 용서가 되지 않더라도. 그들이 당신을 믿지 않는 착한 사람들과 같은 지옥에 가게 되는 것입니까? 당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그렇게 큰 죄악인 것입니까? 이것이 제 질문입니다. 제 궁금증입니다. 당신을 믿지 않던 제가 당신을 인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오로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하여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몇 번의 질문인지 몇십 번의 호소인지. 당신의 대답을 간절하게 기다립니다.
저는 제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야만 합니다. 전 당신을 믿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그의 방에 있던 편지의 전문입니다."
여성은 얼굴을 찌푸린 채 손에 들려있던 종이를 책상에 내려놨다. 커다란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던 남성은, 종이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몇 년 전인가부터 시작된 그의 기행도 이 편지로써 끝이 나게 되었다.
이 편지의 주인은 죽었다. 남성은 종이를 다시금 여성을 향해 내밀었다.
"파일에 넣어놔"
"예"
여성은 손에 들린 파일에 종이를 끼워 넣고는 방문을 나섰다.
여성의 손에 들린 파일 안에는 편지의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의 프로필이 적혀있었다.
강철웅 43세. 살인 및 강간, 납치.
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