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다 우연히 죽은 고양이를 보았다. 우연히 눈에 걸린 그 싸늘한 몸에 차마 가까이 가지도,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못한 채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머뭇머뭇 땅에 무겁게 이끌리는 다리를 억지로 잡아끌어 가까이 다가갔다. 아무렇게나 꺾이어진 다리, 움직이지 않는 몸. 이상하리만치 푸석해 보이는-혹은 기름져 보이는 털들 사이로 녀석은 날 노려보고 있었다.

또 한참을 머뭇거리다 주변의 나뭇가지 하나와 종이박스를 찾아들었다. 천천히 박스 위로 몸을 올린다. 혹여나 손에 닿을까 잔뜩 긴장한 채로. 갑자기 몸을 움직여 내 손을 쥘까 하는 공포감에 식은땀이 흐른다. 조심스레- 혹은 무서워하며 나는 녀석을 종이 박스에 올리었다.

때마침 힘 없이 떨구어진 녀석의 머리와, 그 틈으로 마주친 녀석의 눈에 화들짝 놀라 박스를 떨어트렸다. '왜 날 죽였어?'하고 묻는 것만 같다. 초점 잃은 눈으로 나를 책망한다. 눈을 피하기가 어렵다. 애써 침을 꿀꺽 삼키고 녀석의 눈이 보이지 않게 박스를 돌린다. 다시금 박스를 집어 들어 주변의 수풀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왜 날 죽였어, 왜 죽인 거야' 메아리치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외면하고, 우거진 수풀 아래 박스를 뒤집는다. 탁-하며 떨어진 녀석의 몸뚱이. 수풀 사이로 발 하나가 뻗어 나왔다. 난 재빨리 몸을 돌려 여기를 벗어난다. 무거워진 다리 끝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란 감정이 매달려온다.

그리고 그 뒤로 '왜 날 죽였어'하는 울음소리가 끌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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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