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겉보기엔 괜찮아 보였다. 그렇기에 넌 가슴 깊숙한 곳부터 썩어 어그러져가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널 판단했다. 네가 하는 행동 하나, 말하는 토씨 하나, 일하는 모습, 움직이는 일상, 삶을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 우리의 틀에 널 끼워 넣었다. 그게 네가 살아가려 함으로써 하는 지극히 괜찮은 척하는 모습이란 걸, 지옥과도 같았던 경험은 기억 속 어딘가로 묻어두려 노력이었단 걸.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너의 상처를 후벼 파고 있었다. 가슴을 도려내고 후벼내어 너의 눈물을 봐야만 너의 상처를 이해하는 척할 수 있었기에. 피해자는 피해자답게, 우리의 잣대로 너의 괜찮은 모습은 정의가 아니었다.

네가 울고 화내며 분노하고 절망하며 슬퍼하고 울분을 토해내길 바랐다. 피해자인 너에게 웃음은 있을 리 없는 일이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너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널 위한다는 핑계로 널 죽여가고 있었다. 너의 상황은 신경 쓰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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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