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되어 불리지 못한 모든 것들에게.
이름이 없는 너희들에게 내가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알량한 동정심일 것이다. 만약 내가 너희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내 위선일 것이다. 너희는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채 아스라이 사라져 버렸지만, 너희의 존재는 누군가에겐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되고 흉터로 되어 남을 것이다.
너희가 사라진 일도, 너희를 사라지게 한 일도, 모두의 사정과 이해가 있을 것이다. 슬퍼말아라. 원망 말아라. 내 아무리 너희에게 말을 해보아도 그건 너희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외침은 그저 허공 속에 흩날려버릴 테니. 이렇게 글을 쓰는 일로 공허 속의 너희가, 이름이 되어 불리지 못한 너희가, 잠시라도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