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한주였다.
월요일, 삐걱대는 몸을 일으켜 회사로 향했다. 조금은 일찍 도착한 사무실은 언제나처럼 삭막했다. 유리문을 밀고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을 때까지 그 누구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물론 나 또한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책상 위엔 조그마한 검은 봉투가 놓여있다. 또 일이군, 요 몇 달간 놀고먹던 게 보기 안 좋았을까. 난 가방을 챙겨 들고 검은 봉투의 목적지로 향했다.
난 검은 봉투의 목적지인 도서관에 도착했다. 사서의 눈이 닿지 않는 곳, 또한 사람들의 눈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봉투를 다시 펼쳤다. 검은 긴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이 도서관의 사서다. 월요일 하루를 그녀를 살피는데 썼다.
화요일, 사무실로 향하지 않고 오픈 시간에 맞춰 도서관으로 향했다. 9시 5분, 그리 늦지도 그리 빠르지도 않은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섞여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잡고 다시 그녀를 살폈다. 그녀의 행동을 파악해야 일이 수월 할 테니. 전날 그녀의 행동과 특징을 대조하기로 한다.
첫째, 그녀는 검은 생머리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왼손엔 조금은 두꺼운 머리끈을 하고 있다. 저건 왜 하고 있는 거지? 전날 그녀는 퇴근하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머리를 묶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있을까? 일단 체크해둔다.
둘째, 그녀는 정확하게 1시간 업무 후 5분 휴식을 취한다. 휴식장소는 옥상, 아무 말 없이 풍경을 바라본다. 이건-. 일단 동선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니 체크.
셋째, 그녀는 웃지 않는다. 일단 지금까지는.
아직 별다른 사항은 없다. 그녀의 집까지 확인하고 퇴근.
수요일, 그녀는 한가로운 사서 일이 할 게 없을 때 책을 읽곤 했다.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야마다 무네키, 제목이 왜 다 이따위인 거지? 난 두 권의 책을 대 출하기로 한다. 햇빛은 빌어먹게 따뜻하다. 아-퇴근하고 싶다. 오늘도 별다른 사항은 없었다.
목요일, 어젯밤 책을 내리읽었더니 머리가 욱신거리었다. 한 가지 더 깨달은 게 있다. 그녀의 규칙적인 행동 패턴보다 심리를 파악할 필요가 생겼다. 오히려 일이 수월해질지도 모른다. 한 가지 가설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가? 혹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일은 더욱 간단해질 것이다.
금요일, 그녀에 대해서 다시 정리할 것이 생겼다.
첫째, 그녀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오늘 아침 9시, 그녀는 도서관을 개방하고는 곧바로 알약을 먹었다. 약 봉투에 쓰린 알프람정, 항불안제.
둘째, 그녀는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 우연히 책상 모서리에 왼손의 머리끈이 걸렸고, 그 사이로 자해한 흔적이 보였다.
셋째, 그녀는 친구가 없다. 적어도 먼저 연락한다거나 하는 성격은 아닐 것이다. 물론 집에 들어서기 전까지의 상황에 서겠지만.
넷째. 그녀는 아직도 웃질 않고 있다.
결제일은 토요일 오전 12시 05분. 그녀가 점심 먹기 전 마지막 휴식 때. 그때로 하기로 한다. 그녀가 휴식을 취하는 틈을 타, 그녀 책상의 노트 한 권을 챙겨 왔다.
토요일, 눈을 비비며 옥상으로 향했다. 현재 시간 12시 직전, 옥상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한둘 자리를 비웠고 이내 옥상은 텅 비었다. 다들 어찌 이리 식사시간들을 잘 지키시는지, 덕분에 일은 더 수월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옥상에 올라왔다. 난간에 기대어선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바닥으로 고꾸라질 것처럼 몸을 난간에 몸을 기대어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그녀가 알아서 하는 것 아닐까. 난 잠시 고민했지만 생각을 지우기로 했다.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걸어갔다. 내가 그녀의 등을 밀려는 찰나-. 그녀가 난간에 기대어 있던 몸을 펴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은 아주 잠깐 당혹감이 서렸다가 이내 웃음이 서렸다. 나는 미묘하게 즐거워 보이는 그 표정이 뇌리에 박혔다. 그 작은 찰나의 순간 그녀의 입이 옴싹거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원망의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난 그녀가 땅에 떨어지기 전 몸을 돌려 최대한 빨리 도서관을 벗어났다.
일요일, 난 아침부터 술을 마셨다. 그동안 수많은 일들을 해왔음에도, 왜 그녀의 얼굴이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 걸까. 차라리 수많은 원망과 분노와 저주가 편했을까. 고단한 한주였다, 월요일 다시 출근해야 하겠지. 또 누군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