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게에는 단골손님 한분이 계십니다. 음, 그분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게, 그 뭐냐. 의사들이 말하는 그 개인정보 보호? 뭐 그런 거에 걸리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쪽 생각을 한번 듣고 싶어서 말이지요. 하하 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네, 네. 뭐 굳이 답변을 원하는 건 아니니까.

손님이 보시기에도 우리 가게, 그냥 어디에나 있는 작은 오뎅바 아닙니까? 하하-, 주인이 이렇게 말하면 장사 마인드가 글러먹었단 얘기가 나오겠지만, 뭐 사실이니까요. 아, 간장은 저기에. 예, 이렇게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손님들의 면면은 참 다양합디다. 거 그런 말도 있잖아요, 장사꾼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하하. 아이고, 얘기가 잠깐 샜네요.

어찌 됐든 말입니다. 저기 보이십니까? 가게 왼쪽 구석, 기둥에 가릴랑말랑한 자리요. 예예, 거깁니다. 손님들 중에서는 이렇게 저와 얘기를 하기 좋은 자리를 선호하시는 분도 있는가 하면, 저런 기둥에 가리어져 혼자 술을 드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뭐 이런 사람은 한둘이 아니라 그런 분들이 오시면 저희도 딱히 말을 건다거나 친한 척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 단골손님은 항상 저 자리에 앉으시지요. 뭐 저는 언제나 그렇듯 주문받고 술 내오고 그저 조용히 자리를 지킵니다. 굳이 혼자 드시러 오신 분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요.

그 손님은 항상 기름진 단발머리에 연분홍 원피스를 입고 혼자 오시곤 했습니다. 언제나 구석에서 소주 두병과 오뎅 두 개. 한 병에 오뎅 하나, 하하. 맞습니다, 거의 깡소주나 다름없지요. 그 손님은 그렇게 드시곤 항상 돈만 올려놓고 자리를 나갔지요. 예? 아 물론 저런 손님은 저희 입장에서야 깔끔하고 좋지요. 그런데 조금 특이한 일이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밤 11시, 분홍 원피스에 며칠씩 감지 않은 것 같은 기름진 단발머리. 그걸 일 년이 넘게 지속합니다. 저와 같은 장사치들이야 소중한 단골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가끔 한 번씩 화요일에 머리를 깔끔히 감고 올 때가 있습니다. 그 날은 원피스도 분홍 원피스가 아닌 빨간 얼룩이 불규칙적으로 그려진 원피스를 입고 옵니다. 그치요, 그저 한 번씩 다른 옷을 입거나 머리를 감을 수도 있는 거지요.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그런데 혹시 손님께서는 월요일 밤의 연쇄살인마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아, 뉴스를 안 보시나요? 최근 이 곳 근처에서 지속적인 살인이 있습니다. 무서운 세상이지요, 이 얘길 왜 꺼내냐고요? 하하, 사실 전 그 단골손님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의심이고 그저 아무 증거 없는 추측에 불과할 뿐이지만, 뭐랄까요. 오랜 장사 끝에 얻어진 눈치 같은 거랄까요?

그 살인사건 말이죠, 항상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일어난다고 합니다. 어린 소년의 목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주욱 그어서 피가 낭자한 상태로 말이죠. 그런데 그 단골손님 말이죠, 왼손잡이입니다. 예? 무슨 상관이긴요? 모르시겠습니까? 시체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목이 그었다고요. 물론 앞에서 했을 수도 있지만 뒤에서 본다면 말입니다, 왼손잡이일 거라고요. 예, 맞습니다. 제 의심일 뿐이죠.

그런데 말이죠, 그 살인사건이 있던 다음날이면 항상 그 손님은 머리를 감고 방문합니다. 기묘하게도 여지껏 사건이 있던 그 날들만 말이죠. 우연이라기엔 재밌지 않습니까? 억측이라도 말입니다.

제 생각은 이런 겁니다, 월요일 밤. 그녀는 피해자를 물색합니다. 어린 소년의 뒤로 접근하는 겁니다. 키가 작은 소년들은 그녀가 뒤에서 제압하기에 아주 쉬운 존재인 거죠. 그녀는 소년의 뒤에서 왼손에 든 칼로 목을 주욱-. 그래서 피해자들의 목 왼쪽 끝에서 덜 잘린 채로 죽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피가 얼굴을 비롯해서 머리에도 덕지덕지 들러붙는 거죠. 예, 맞습니다. 그녀는 그래서 사건 후의 화요일엔 목욕을 하고 나타는 거죠.

옷이요? 글쎄요. 옷은 음~. 사실 그 빨간 얼룩은 피라고 할까. 글쎄요. 그걸 입고 나타나는 이유는 자기 과시욕이라 할까요? 하하-, 그러니까 단순한 제 추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오늘도 역시나 저기 오시네요, 그 단골손님. 음-, 어제도 사건이 있었나요? 빨간 얼룩 원피스군요. 어때요, 재미있는 이야기 아닙니까? 오뎅바에 오는 연쇄 살인마.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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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