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가 쏟아졌다. 난 어느샌가 저 비에 맞춰 노란 우산을 들고 오는 너를 기다리게 됐다. 그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노란 우산을 쓰고, 편의점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던 널. 비 오는 날을 좋아하게 된 것은 널 만나고 난 이후였다. 여느 때처럼 비 오는 날이면 노란 우산을 들고 다시금 네가 나타날 테니까. 난 두근 거리는 마음을 붙잡으며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편의점이란 참 지루한 공간이었다. 마치 늘어진 테이프처럼 시간도 소리도 공기마저도 모든 것이 지루하고 느리게 흐르곤 했다. 편의점 앞에서 노란 우산을 쓰고 입에 문 담배를 한참이나 피우고 나서도 넌 들어오지 않았다. 난 네가 손을 휘저으며 담배 연기를 없애는 그 모습이 좋았다. 투박한 두 손이 연기를 휘저어 빗줄기로 사라지는 그 순간이 좋았다. 네가 딸랑 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좋았다. 너와 함께 들어오는 흙냄새와 옅어진 담배냄새가 좋았다. 나에게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하는 너의 모습이 좋았다.
여느 때처럼 넌 담배를 사고 다시 그 빗줄기로 사라질 터였다. 시간이란 참 야속하게도 편의점에 너와 나 단 둘이 있는 이 시간은 찰나와 같이 흘렀다. 시간은 인정을 베풀지 않았다. 넌 여느 때처럼 담배를 사고 문을 열었다. 난 또 빗속으로 사라지는 너의 등을 바라보았다. 잡을 용기도 그렇다고 말을 걸 용기도 없어서, 노란 우산이 반쯤 걸쳐진 너의 그 등을 쳐다보았다. 네가 저 빗속으로 사라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