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나의 희망이기에 난 그대의 절망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에 괴로워했는지도 모른다. 난 매일매일이 눈 덮인 산을 맨발로 걷는 기분이었다. 발바닥을 차고 오르는 것 같은 괴로운 고통은 날 점점 차갑게 파묻고 있었다. 크레바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난 나만의 골짜기 틈에서 괴로워했다. 그대가 내 눈에 보이지 않음에 절망하며 그대가 나타나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절망은 혼자의 힘으로 올라갈 수 없는 거대한 얼음 벽과 같았다. 추위는 외로움을 만들었다. 외로움은 나의 마음을 얼렸다. 난 보이지 않는 그대에게 욕을 퍼부으며 날 구원해주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그건 나의 이기심으로 발로 된 희망이었다.

그대는 나의 희망으로 인해 거대한 크레바스 밑으로 끌려내려왔다. 내가 없었으면 한다는 생각은 행동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올 수 없었다. 난 간신히 드러난 당신의 발목이라도 그러쥐고 있어야 살 수 있었다. 그대가 발을 휘둘러 날 떨궈내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난 그대를 놓을 수 없었다. 그대가 내 희망이었기에 그대를 끌어내렸다. 그러쥔 발목을 놓지 않고. 그렇기에 난 그대의 절망이었다.

의지란 참으로 박약했다. 그대를 놓을 수 없음에 난 절망으로 더욱 떨어졌고, 그것은 결국 그대가 내 희망이 되게 했다. 미안함은 없었다.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기에, 더욱 외롭고 추운 저 크레바스 밑으로 밑으로 그대와 같이 얼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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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