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그 태도가 싫은 거야 난"
우리의 싸움은 항상 이런 말로 끝나곤 했다. 넌 말없이 머리를 끌어올려 묶은 후 담배를 물었다. 빨간 립스틱과 담배연기가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보였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당당하게 담배를 꺼내 물던 너에게 반했던 게 떠올랐다. 붉은 입술 사이로 땅으로 가라앉듯 나오는 담배연기가 그렇게도 멋져 보였다.
"담배 끊기로 했잖아"
그렇지만 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넌 피식-웃어버리고는 바닥에 담배를 비벼 껐다. 얇고 긴 손가락, 검은 네일. 너에게 참 어울리는 손짓과 색이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싫어. 계속할 거야 네가 뭐라든"
"넌 나랑 한 약속은 하나도 지킬 생각이 없지?"
너의 입술이 비쭉거렸다. 넌 항상 불만이 있을 때 그런 표정을 지었다. 그게 평소의 당당한 너와는 너무나도 달라서 다른 매력처럼 느껴졌다.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약속은 무슨... 너 혼자 말한 거잖아"
너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이제 말할 때도 됐지.
"처음엔 내가 담배 피우는 거 술 먹는 것도 다 좋다며? 이젠 다 싫은 거야? 왜 맨날 그렇게 잔소리만 하는데?"
아니 아직 좋아. 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만할래 이제"
넌 몸을 일으켰다. 난 말을 꺼내는 너의 붉은 입술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여전히 너의 붉은 입술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 그만하자 이제. 나도 지친다"
내 말에 넌 약간은 후련한 듯이 몸을 돌렸다. 네가 이제 나에게 질린 건 알고 있었다. 널 붙잡거나 나 자신을 다그쳐 너의 마음을 돌릴 용기는 나에게 없었다. 그저 미적지근한 태도로 네가 나에게 마음 쓰지 않게 보내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