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꽁꽁 얼어버린 손을 모아 입김을 불었다. 하이얀 입김이 아스라지어 하늘로 흩어졌다. 차가운 물 때문에 두 손이 뻘겋게 변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날 보며 웃어 보였다. '물이 참 차다 그치?' 난 마루에 무릎을 글어모아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양말 두 켤래를 뭐가 그리 소중하다고. 하루 더 신어도 되는데 기어코 손빨래를 하는 아버지는 '아고 춥다 추워. 들어가 있어 감기 걸릴라' 하며 내 걱정을 하기 바빴다. 난 대답하지 않았다. 콧망울에 콧물이 맺혔다. 소매로 코끝을 훔치니 소매가 반들반들해졌다.
'다됐다!' 아버지는 당장이라도 얼어버릴 것만 같은 양말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아랫목 제일 뜨끈한 곳에 양말을 넣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힘들지?"
아버지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살다 보면 말이야 저 밤하늘처럼 어두울 때도 있고, 뼈를 파고드는 냉정하고 비정한 일도 있고, 네 양말처럼 더러워지는 경우도 있어"
아버지의 입김이 먼지처럼 하늘로 사라졌다.
"그래도 말이야. 저 밤하늘엔 반짝이는 별도 있고, 차가워진 손에도 입김처럼 따뜻한 온기를 불어줄 수도 있고, 더러운 양말도 깨끗하게 할 수 있으니까"
아버지는 말을 마치고 멋쩍게 웃고는 '감기 걸리니까 얼른 들어오렴'이라는 말을 하고는 방에 들어갔다. 난 잠시 그냥 앉아있었다. 어머니의 장례 후 아버지 나름대로 생각한 나를 위로하는 말일 거다. 사실은 자신이 더 힘들 텐데도. 아마 올해 겨울밤은 아버지와 나에게는 유난히도 추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