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너희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말을 제일 엿같은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가 날 사랑한다면, 정말로 그렇다면 그는 지독한 사디스트이거나 정신이상자, 혹은 사이코패스일 것이다. 남의 불행을 즐기며 관음하며 사랑한다 말하는 미친 새끼. 그런 싸이코 새끼가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니, 온몸에 소름이 다닥다닥 돋을 지경이다. 하다못해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좀 괜찮았을까? 신이 말한 그 사랑은 분명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사랑이라고 보기 힘든 그런 것일 거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버림받았고,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해 사회의 낙오자, 카스트 제도의 제일 아래 불가축 천민처럼 살아왔다. 다른 이들에겐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그렇게. 물론 지금 시대엔 신분제가 없지만 분명 그것이 존재했다. 과거와 다른 게 있다면 지금은 단순히 돈, 돈 하나로 신분이 구분되었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하다못해 교육도 못 받은 나 같은 존재는, 언제나 돈으로 이루어진 카스트 제도를 떠받치기 위해 존재하는 볼품없는 돌멩이 하나에 불과할 것이었다.
이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불공평하다. 그리고 신은 정당하지 않다. 그리고 또, 신은 적어도 나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닌 것이다. 일용직으로 살아온 지 십여 년, 서른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변변한 삶을 꾸리기엔 인생은 치열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텨나가는 것이었다. 매일 일이 끝나면 술잔으로 삶에서 도피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자주 가는 포장마차에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술잔에 술이 차올랐다. 넘칠 듯 말 듯 가득 찬 술잔의 술 몇 방울이 잔을 따라 테이블로 흘러내렸다. 바닥에 물방울무늬를 만든다. 술잔에 담긴 술들이 그의 사랑이라면, 넘쳐흐르는 건 나에 대한 사랑인 걸까. 다른 이들에게 그득그득 채워준 이후에나 한 방울.
그렇게 목마른 이가 더욱 갈증을 느끼게 될 한 방울. 결국은 흘러넘친 그 한 방울을 위해 인간들은 싸움을 벌인 것일 테지. 몇몇의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넘치게 주어진 그 사랑을, 땅으로 떨어져 결국엔 없어질 그 한 방울을 위해. 신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 한마디에 현혹된 채. 정말 그가 우리를, 아니 나를 사랑한다면 적어도 저 높은 곳에 사는 그들의 절반만이라도, 아니 아주 작은 10분의 1도 안 되는 그 정도의 사랑만 주었어도. 그렇다고만 해도 난 그를 원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신? 좆까는 소리. 결국은 저들이 우리를 부려먹기 위한 아주 얕은 수작일 뿐. 가득 담긴 술을 들이켰다. 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유난히도 술기운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