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들어섰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왠지 모르게 달라진 그 풍경에 기시감을 느끼며 항상 같은 시간, 같은 내 자리에 앉았다. 책을 읽다 고개를 살짝 들면 그녀가 시야 끝에 걸리는 자리로. 시간이 좀 지나도 그녀는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뭐-사실 내가 그녀를 걱정하거나 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와 단 한마디도, 어떠한 이야기도 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가벼운 눈인사라도 하는 그런 사이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난 그녀가 계속 신경 쓰였다. 나도 모르는 새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야 들었어?"

옆자리의 남자들이 조용히 입을 놀린다. 그들은 재미난 이야깃거리라도 찾은 듯 눈을 반짝였다. 말을 꺼낸 남성이 턱짓으로 그녀가 항상 앉아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요전번에 뉴스에 나온 그거 있잖아, 학교 앞 놀이터에서-"

"살인사건? 뉴스에 나온"

응응-그 여자래- 그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도서관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그때까지 들리던 작은 소음들은 사라지고 그들의 말소리만이 이 공간을 가득 매웠다. 죽었다는데-죽었다는데-죽었다-.

난 나도 모르게 책상을 쾅치며 일어섰다. 도서관 내의 모든 사람이 날 쳐다본다. 내가 왜 화가 나는지 모를 일이지만, 가십거리가 되어버린 그녀가,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었을 그녀가 서글픈 건 나뿐이었을까. 이름도 모르던 그녀가 가십이 되어버린 게 화가 나는 건 내가 이상한 걸까. 짐을 챙겨 도서관을 나왔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 시야의 한쪽에 걸리던 그녀가 없다는 건 꽤나 불편한 일이 될 것 같았다.

'끄적끄적-. > 불편한 이야기-세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  (0) 2018.06.07
꽃.  (0) 2018.06.07
편승.  (0) 2018.06.07
일기장.  (0) 2018.06.07
봄날.  (0) 2018.06.07
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