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에 해당되는 글 173건

  1. 2018.06.05 잊혀지다.
  2. 2018.06.05 맴돌다.
  3. 2018.06.05 초대.

너를 잊는 것이 소망일 적이 있었다. 너와의 이별 속에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우는 것뿐이었으니까. 난 너와의 관계에 있어서 한 없이 약한 약자였다. 그래서였을까? 너는 아무렇지 않게 날 떠났다. "안녕"하는 두 글자만 남기고. 그건 마치 '내일 또 봐'라고 말하듯 가벼운 이별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영원히'와 같았다.

내가 너를 잊을 수 없다면 차라리 없던 일이었기를 울음으로 바랬다. 너와의 첫 만남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기를. 너와 처음 잡은 손이 불쾌한 감정으로 기억되기를. 너와의 달콤했던 키스가 끔찍했던 기억으로 남기를.

그러나 너와의 모든 기억들은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잊혀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다. 네가 "안녕"하는 모습처럼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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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돌다.  (0) 2018.06.05
초대.  (0) 2018.06.05
Posted by Ralgo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너의 주위를 맴도는 일. 가까이 가지도 그렇다고 널 떠날 수도 없는. 너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그게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너에게 있어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람일 테니까.

내가 너에게 주었던 상처와 고통을 모두 없었던 일로 한다면 너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내가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그렇다면 넌 나를 용서해줄까. 난 그저 널 사랑한 것뿐인데 가까이 다가서는 것조차 못한다면...

너에게 다가서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널 만지고 끌어안고 쓰다듬고 싶다. 너에게 말을 하고 네가 오직 나만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싶다. 물론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네 주위를 맴돈다. 언젠가 네가 알아차릴 수 있게. 네가 날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접근금지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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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0) 2018.06.05
Posted by Ralgo :

인생을 살면서 딱 한번 초대받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난 반에서 그저 조용히 수업시간에 잠자기 바쁘고 친한 친구 몇몇과 이야기하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 내가 초대장을 받은 건 약간 당황스러운 면이 있었다. 얘기 한번 해보지 않은, 심지어 인사조차 하지 않았던 아이에게 받았던 생일 초대.

난 며칠간을 밤을 새다시피허며 그 아이의 생일을 기대했다. 문방구에서 조그마한 다이어리 하나를 사고 빨간색 리본이 그려진 포장지에 포장을 했다. 그 어릴 때에도 조금은 너무 남사스럽다는 생각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기다리던 그 아이의 생일날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글쎄 결과만 말하자면 난 다이어리를 건네주지 못했다. 그 아이는 나를 뺀 반 아이 전체와 집으로 향했다. 엉거주춤 그 자리에 휩쓸린 나는 그 아이의 물음에 다이어리를 바닥에 던지고 집으로 향했다. 울면서.

"너도 오려는 거야?"

그 아이는 왜 나에게 초대장을 주었던 걸까. 그리고 왜...

난 이제 다른 사람의 초대에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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