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충동에 시달렸다. 누군가를 죽이고 목을 베어 그 피를 마시는. 아주 끔찍한 상상은 이윽고 꿈의 세계를 벗어나 정신을 침략하여 제멋대로 날 유린하곤 했다. 난 학살자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목을 자르고 꿈틀거리는 근육에 입을 박아 넣고 꿀렁거리는 피를 빨아 마셨다. 동시에 내 뒤통수는 부서져 하얀 두개골을 땅에 흩뿌리고 피를 뿜어대며 머리통을 다른 누군가에게 빨아 먹히는 것이었다. 끔찍한 꿈, 동시에 어딘가 바라마지 않는 그런 기묘한 감각. 난 꿈에서 깰 때마다 그 감각을 떨쳐내려 노력해야만 했다. 내가 누군가를 죽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떨어져 내리는 차가운 물줄기 속에 머리를 한참을 처박곤 했다. 뒤통수가 서늘하다 못해 통증이 온몸을 지배할 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그 충동을 떨쳐낼 수 있었다. 언젠가 내가 사람을 죽이고 말 것이라는 공포가 하루하루 커져갔다. 하루하루 그 공포에 천천히 침식되어 가는걸 소름 끼치게 깨달아가고 있었다. 난 누군가를 죽일 것이다.
그래서 난 나를 죽이기로 했다. 내가 아직 인간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존엄이 될 것이다. 아니, 인간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존엄이라고 해도 좋다. 모든 일을 정리하기로 했다. 다니던 직장과 부모님, 그리고 친구와 애인에게도 연락을 마쳤다. 당분간 홀로 여행을 떠난다고. 나만의 재충전을 위해서. 모두 아주 손쉽게 날 믿어주었다. 그간 나의 행동이 이상했다는 말과 함께, 피곤할 땐 쉬어야 한다면서. 난 그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날 붙잡지 않아 주어서 고맙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글쎄. 그래도 난 나의 의연한 죽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마친 셈이었다.
오래된 호텔을 찾았다. 며칠을 내가 준비를 마치고 죽음으로 발길을 내딛는 그 순간까지 날 찾지 않을, 아주 조용하고 오래된 호텔. 주인은 며칠이나 묶는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엔 아무 관광지도 없거니와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그 주인의 의심은 타당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주인이 나에게 방을 준 것은 내가 선불로 건넨 숙박비 때문이었다. 주인 입장에서야 알게 뭐란 말인가. 숙박비만 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누가 죽던 공실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난 요 며칠간 내 죽음에 대해 고찰해왔다. 아니 죽음의 방법에 대해서. 고통 없는 죽음이 무엇이 있으련만, 요즘 나오는 약물들은 처방받기도 힘들뿐더러 치사량까지 먹는 게 고난과 가까웠다. 사실 고민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환영 하나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에, 난 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죽음 중에서도 아주 클래식한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 난 내 목을 감쌀 밧줄을 손에 들고 눈을 감았다. 거칠 거리는 밧줄이 목젖을 강하게 짓눌렀다.
유서는 쓰지 않기로 했다. 이 삶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무슨 유서란 말인가. 난 단지 며칠 간의 시간만을 원했다. 그저 사람으로 사람답게 죽을 수 있는 아주 짧은 며칠. 나는 호텔을 나와 그나마 가까운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마저도 차를 끌고 족히 10분은 가야 나오는 아주 작은 편의점이었다. 레트로 식품 몇 개와 커피믹스 한 박스를 집어 들었다. 이게 내 마지막 삶을 함께할 식량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계산대에서 담배 한 보루를 같이 계산하고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사 온 레트로 식품으로 대충 배를 채우고 호텔 창가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믹스 커피를 홀짝이며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잠을 자는 것은 다시금 그 충동에 몸을 내맡기는 것과 같았다. 너무나도 선명한 그 꿈의 충동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기를 바랐다. 시간은 느리게, 그러면서도 빨리 흘렀다. 하루의 일과는 단순했다. 욕구 충동 속에서 눈을 뜨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간신히 그 욕구를 잊어버리고 나면 레트로 식품으로 대충 때우고 창가에 앉아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하루는 너무나도 느리게 흘렀지만 내가 죽기로 한 날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날이 되었다. 난 어김없이 충동에 눈을 뜨고 머릿속을 헤집는 그 욕망을 참아내며 밧줄을 천장에 매달았다. 창가가 보이는 그 자리에서 해가 뜨는 걸 보며 목을 메달 것이다. 난 날 죽인다는 그 공포에 등줄기가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려댔다. 그러면서도 그 괴상한 흥분은 아랫도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난 이 기묘한 욕망 속에 의자에 올라 밧줄을 목에 걸었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자, 죽을 시간이다. 저 아침해를 바라보며.
난 의자를 발로 찼다.
그래서 난 나를 죽이기로 했다. 내가 아직 인간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존엄이 될 것이다. 아니, 인간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존엄이라고 해도 좋다. 모든 일을 정리하기로 했다. 다니던 직장과 부모님, 그리고 친구와 애인에게도 연락을 마쳤다. 당분간 홀로 여행을 떠난다고. 나만의 재충전을 위해서. 모두 아주 손쉽게 날 믿어주었다. 그간 나의 행동이 이상했다는 말과 함께, 피곤할 땐 쉬어야 한다면서. 난 그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날 붙잡지 않아 주어서 고맙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글쎄. 그래도 난 나의 의연한 죽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마친 셈이었다.
오래된 호텔을 찾았다. 며칠을 내가 준비를 마치고 죽음으로 발길을 내딛는 그 순간까지 날 찾지 않을, 아주 조용하고 오래된 호텔. 주인은 며칠이나 묶는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엔 아무 관광지도 없거니와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그 주인의 의심은 타당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주인이 나에게 방을 준 것은 내가 선불로 건넨 숙박비 때문이었다. 주인 입장에서야 알게 뭐란 말인가. 숙박비만 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누가 죽던 공실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난 요 며칠간 내 죽음에 대해 고찰해왔다. 아니 죽음의 방법에 대해서. 고통 없는 죽음이 무엇이 있으련만, 요즘 나오는 약물들은 처방받기도 힘들뿐더러 치사량까지 먹는 게 고난과 가까웠다. 사실 고민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환영 하나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에, 난 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죽음 중에서도 아주 클래식한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 난 내 목을 감쌀 밧줄을 손에 들고 눈을 감았다. 거칠 거리는 밧줄이 목젖을 강하게 짓눌렀다.
유서는 쓰지 않기로 했다. 이 삶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무슨 유서란 말인가. 난 단지 며칠 간의 시간만을 원했다. 그저 사람으로 사람답게 죽을 수 있는 아주 짧은 며칠. 나는 호텔을 나와 그나마 가까운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마저도 차를 끌고 족히 10분은 가야 나오는 아주 작은 편의점이었다. 레트로 식품 몇 개와 커피믹스 한 박스를 집어 들었다. 이게 내 마지막 삶을 함께할 식량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계산대에서 담배 한 보루를 같이 계산하고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사 온 레트로 식품으로 대충 배를 채우고 호텔 창가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믹스 커피를 홀짝이며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잠을 자는 것은 다시금 그 충동에 몸을 내맡기는 것과 같았다. 너무나도 선명한 그 꿈의 충동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기를 바랐다. 시간은 느리게, 그러면서도 빨리 흘렀다. 하루의 일과는 단순했다. 욕구 충동 속에서 눈을 뜨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간신히 그 욕구를 잊어버리고 나면 레트로 식품으로 대충 때우고 창가에 앉아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하루는 너무나도 느리게 흘렀지만 내가 죽기로 한 날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날이 되었다. 난 어김없이 충동에 눈을 뜨고 머릿속을 헤집는 그 욕망을 참아내며 밧줄을 천장에 매달았다. 창가가 보이는 그 자리에서 해가 뜨는 걸 보며 목을 메달 것이다. 난 날 죽인다는 그 공포에 등줄기가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려댔다. 그러면서도 그 괴상한 흥분은 아랫도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난 이 기묘한 욕망 속에 의자에 올라 밧줄을 목에 걸었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자, 죽을 시간이다. 저 아침해를 바라보며.
난 의자를 발로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