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끝자락은 유난히도 길었다. 입안을 맴도는 핏방울이 비릿했다. 또각-. 더 이상 고통으로 정신을 붙들어 매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에야, 시간은 여섯 시로 다다랐다. 몸속 어딘가에 불안함을 생산해내는 공장이 있어서, 불안한을 미친 듯이 생성해 나가는 것만 같았다. 손 끝이 욱신거리었다. 입안에 맴도는 피맛이 묘하게 선명했다. 노을이 사라져 어둠만 남을 때쯤, 집 앞에 도착했다.
난 또 손톱을 물어뜯었다. 또각또각또각또각. 내 의지란 참으로 박약해서 저 작은 금속 문고리 조차 돌리질 못하고 있었다. 비릿한 피맛이 불안함을 가려주는 약인 것처럼 계속해서 손톱을 물어뜯었다. 열 손가락이 모두 뻘겋게 물들고 나서야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운 금속 문고리가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차가운 적막은 불안함을 증폭시켰다. 간신히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적막이 폐부 깊숙이 들어차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간신히 문고리를 돌렸다. 끼익 하는 소리 이후, 역시나 예상하듯 그 차가운 적막이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난 차마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채 간절히 눈을 굴렸다.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아니 익숙해지지 않기를. 내 눈이 이 어둠을 가려낼 수 없기를. 언제나 내 희망은 현실과 어긋나 있었다. 이젠 또각거릴 수도 없는 손톱을 입으로 가져갔다. 비릿한 피맛이 정신을 일깨웠다. 어둠 속 어머니가 이리저리 흔들렸다.